[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칼바람으로 유명한 서울 여의도 증권가엔 벌써 겨울이 온 듯합니다. 날씨도 그렇지만 주가 2000선 회복에도 거래대금이 줄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이 말이 아니게 쪼그라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동양그룹 사태, 각종 매각건 등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슈들도 즐비합니다.
이런 가운데 여의도 증권가에서 유독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동양증권과 우리자산운용이 입주해 있는 여의도 파이낸스빌딩입니다. 여기엔 최근 동양그룹사태로 여론의 중심에 있는 동양증권이 있습니다. 여의도 영업부이긴 하지만 을지로 본사 못지 않은 주목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최근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우리자산운용도 입주해 있습니다. 다소 분위기는 다르지만 현대차그룹 산하의 HMC투자증권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실 이 빌딩은 옛 동양증권빌딩이었습니다. 몇년 전 삼성자산운용이 매입하면서 여의도 파이낸스빌딩이 됐습니다.
초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6일 찾아간 이 건물 로비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수는 있지만 긴장감과 적막감이 감도는 듯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일상적인 담화 외에 회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일체 하지않는 분위기였습니다.
동양증권은 조금 잠잠해지긴 했지만 최근 동양그룹 사태와 맞물리며 언론에 아주 많이 오르내렸습니다. 동양증권에서 판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항의도 연이어 있었습니다. 동양증권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매각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동양그룹사태 해결과정에서 동양증권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동양증권은 사실 곤혹스럽습니다. 동양사태로 고객들이 증권계좌에서 돈을 빼가면서 영업력이 크게 약화됐습니다. 동양증권의 고객자산이 지난 9월 하순 동양사태 발생 이후 10조원 이상 빠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동양증권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탈한 고객을 다시 불러오는 것은 더 큰 고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소 흉흉한 얘기도 나돌고 있습니다. 동양증권이 판 회사채와 CP 중 법원에서 불완전 판매로 결정이 나 배상을 해야할 경우 직원들이 이를 물어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양증권보다 위층에 있는 우리자산운용은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회사입니다. 현재 KB금융과 NH농협, 키움증권, 미래에셋운용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2004년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된 우리자산운용은 수탁고 20조원의 업계 9위 운용사입니다.지난해 총자산 801억7300만원, 당기순이익 8억5500만원을 올릴 정도로 알찬 회사입니다. 2002년 최초로 상장지수펀드(ETF) 상장해 ‘ETF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고 이미 조직도 상당히 슬림화된 상태라고 합니다. 자산관리를 강화하고 싶은 회사들로서는 꽤 매력적인 인수 대상입니다. 특히 이웃에 위치한 키움증권에서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자산운용 내부는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두달 전 취임한 박종규 대표도 회사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 대표는 “민영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운용업 본질에 충실해 우리자산운용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며 “기업 가치 제고에 힘쓰다 보면 더 좋은 인수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어떤 회사로 인수될 지에 따라 임직원들이 향후 거취 등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아무쪼록 동양 사태도 잘 마무리돼 동양증권이 안정을 찾고, 우리자산운용 매각도 순조롭게 이뤄져 이 건물에 입주한 분들의 얼굴이 다소나마 펴졌으면 합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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