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저녁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행사장. 1953년 현 금투협의 전신인 증권업협회가 생긴 지 60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금투협 60년은 곧 한국 자본시장 60년을 의미한다. 뜻깊은 자리인만큼 이날 행사장에는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정부, 국회 등 정관계 주요 인사 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참석자들의 축사와 반세기가 넘는 자본시장의 역사적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축하연의 자리인만큼 참석자들은 수차례 박수로 화답했다. 하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지나온 60년보다 눈앞에 닥친 금융투자업계의 위기 때문이다.

행사 중간 중간 업계 대표들과 나눠본 몇 마디 대화 속에서도 일상적인 덕담 말고는 시장과 금투업계와 관련한 긍정적인 대답은 드물었다.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외면하면서 극심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당장 먹고 살 방안을 찾는 데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다. 매물로 나온 증권사만 10여개가 넘는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구조조정을 언급하며 업계 재편을 유도하고 있다. 회사의 존망이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나 다름없다. 회사는 힘들고, 시장은 어렵고, 구조조정 압박까지 받고 있는 형국이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회사를 떠나야만 하는 여의도맨들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자본시장의 상징인 서울 여의도엔 바야흐로 생존이 화두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증권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도 많이 떨어졌다. 회사채, 기업어음, 펀드 등 한때 인기를 끌었던 증권사 판매상품에 대해 투자자들은 예전보다 강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금융당국은 증권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고 금투협도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투자자보호 강화 방안‘을 내놨지만 아직도 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지난 60년에 대한 회상에만 젖어선 이런 파고를 헤쳐갈 수 없다. 불과 앞으로의 6개월이 훨씬 더 힘들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자성과 뼈를 깎는 노력, 그리고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맞닿는 ‘줄탁동기’(啐啄同機)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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