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만 해도 유아인은 대중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여럿 작품들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다지며 마니아층을 형성했지만, 또래 배우들에 비해 ‘유명세’를 빨리 탄 편은 아니었다.

그의 전성기는 영화 ‘완득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상대 배우 김윤석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 그는 이후 SBS ‘패션왕’,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통해 ‘원톱’ 배우로서 가능성을 알렸다.

하는 작품마다 호평을 얻은 유아인은 어느 덧 ‘충무로 섭외 1순위’ 배우로 성장했다. 신작 ‘깡철이’를 통해서도 배우로서 인정받고 있는 유아인을 최근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주연배우로 내가 튈 필요성? 전혀 못 느껴”

그를 향한 작품들의 러브콜은 넘쳐났지만, 끌린 건 ‘깡철이’였다. 장르는 가족드라마지만, 작위적인 감동이 전무했기에 더욱 끌렸다고 했다.

“그동안 휴먼 드라마를 많이 해왔죠. 그래서인지 더 여러 모로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인물들의 감정이 표현되든 간에 그 방식에 있어 모자라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전 오히려 그런 담백함이 좋았어요. 부산이라는 배경과 엄마와 아들, 그리고 조폭까지 이 소재들이 적당히 담백하게 어우러진 것 같아요.”

유아인은 자신보다 상대배우와 감독 및 스태프들과의 조합을 중요시하는 배우로 익히 알려져 있다.

“별다른 생각은 없어요. 그냥 ‘내가 좀 튀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죠. 제가 맡은 인물에 충실하죠. ‘나도 이렇게 슬프게 울 수 있어!’라는 생각은 20대 초반에 끝내야 하는 거고요. 자신의 연기 폭을 넓히는 것은 배우의 개인적인 욕심이고 욕망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의 욕망이 투영되는 건 나이가 들어서 해도 충분한 것 같아요. 제 작은 욕심이 큰 영화를 망칠 수 있잖아요?”

이번 영화에서 유아인은 현실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였다. 비록 여타 액션물처럼 화려하고, ‘영화’같지는 않았지만 마치 실제 몸 싸움을 보는 듯한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각을 많이 뺐어요. ‘완득이’때야 킥 복서 캐릭터였으니 몸을 많이 쓰고 엉키고 했죠. 그런데 이번 ‘깡철이’는 성인액션이잖아요. 진짜 싸움인 것 같고, 제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액션이었죠.”

# 김윤석 vs 김해숙 “맹수와 소녀”

유아인과 김해숙은 이번 영화에서 끈끈한 모정 연기를 선보였다. 전작 ‘완득이’의 영향이 큰 탓일까. 유독 유아인은 기라성 같은 선배 배우들과 호흡이 잦아 보인다. 또래 배우들이 아닌 선배 배우들과 호흡이 그에겐 어떤 매력으로 다가오는 걸까. 언론 시사회 당시 한 기자의 호평에 눈물을 흘렸던 김해숙을 유아인은 “그만큼 순수하신 분이다”라고 말했다.

“엄마(김해숙)의 연기에 대한 자세를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장을 정말 값지게 생각하는 분이죠. 엄마 뿐 아니라 ‘깡철이’ 스태프들 모두 그랬어요. 동료들 간 사이도 너무 좋았고, 다들 부산 분이시고요.(웃음) 사람이 어디에 속하냐에 따라 다른 성격을 보이기도 하잖아요? 각박한 무리 틈에 끼면 저도 각박해지는데, 이번 현장은 정말 특별했죠.”

‘완득이’ 김유석과 ‘깡철이’ 김해숙은 어떤 점이 달랐을까.

“김윤석 선배님은 뭐라 말할 것도 없이 ‘척척’ 잘 해내시는 분이잖아요. 사실 그렇게 서로 많은 대화가 있진 않았어요. 연기를 정말 매섭게, 맹수같이 하는 분이죠. 저도 하룻강아지 정도의 감각으로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해냈던 것 같아요. 하하. 그에 반해 이번 작품은 김해숙 선생님과 굉장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었죠. 그리고 그런 것들을 작품에 녹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엄마는 소녀, 또는 여자 같았어요. 제가 끌어안아주고 싶은 분이었죠. 두 분 다 존경심이 드는 분들이죠. 치열하게 고민하시고요. 젊은 배우들이 능숙하고 노련하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선배님들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서 따라가려고 해요. 자세가 결국 ‘네임밸류’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깡철이’는 작품 외적으로도 유아인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 영화였다. 때 묻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작업이었고, 그의 마음 깊숙이 숨어있던 ‘순수함’을 꺼내게 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순수성이 ‘깡철이’라는 영화에서 빛을 발한 것 같아요. 안권태 감독님, 김해숙 선생님, 그리고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이 순수함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순수함이 순진함이 아닌, 말쑥하게 보이길 원했죠. 사실 저는 마냥 깨끗하고 순수하지는 않아요. 저에게 남아있는 순수함이 순수한 창작을 위해 이용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전 마냥 깨끗하고 순수하진 않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때가 묻는 게 맞죠. 그걸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충무로 섭외 1순위? 믿음직스러운 배우 되겠다”

전혀 주저함이 없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밝힘에 있어 누구보다 당당하다.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지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배우다. 최근 SNS 횟수를 줄였다는 유아인은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이다”라며 웃어 보였다.

“제가 하는 생각이 다른 사람하고 당연히 달라야 하고, 훨씬 포괄적이어야 하죠. 깊은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하고요. 연기를 하려면 늘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깡철이’라는 인물을 표현할 때 그 깊이는 ‘생각을 했냐, 안 했냐’에 따라 결정돼요. 사고를 하지 않으면 작품에 드러나기 마련이죠. 그리고 아무래도 평범한 직업이 아니다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배우는 사람의 전문가가 돼야 하거든요. 사람의 삶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고요. 어렸을 때는 사람들과 소통을 잘 안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유아인은 또래 배우들 중 충무로 섭외 1순위 배우로 꼽힌다. 그와 작업을 원하는 충무로 관계자들이 수두룩한 것이 사실이다.

“비결이요? 하하. 그런 건 없고요. 그냥 다른 친구들보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걸 했죠. 바람이 있다면 조금 더 믿음직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믿을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게끔 말이에요. 그리고 제가 얼마만큼 연기를 잘 해내냐도 중요하지만, 사실 ‘이걸 유아인이 맡으면 어떤 모습이 나올까?’라는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번 충실히 연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사진 임한별 기자 hanbuil@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