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바로 하자. 전력난이 전기가 너무 싸서 생긴 것인가? 단연코 아니다.

문제는 전기가 석탄, 기름 등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저렴해서 사용량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국제적 수준에서 값싼 전기료는 문제가 아닌 장점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60%에 가까운 우리나라 경제 현실에서 제품의 수출경쟁력에 중요한 요인인 전기료 인상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이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민관 워킹그룹은 중장기 원전 비중을 20%대로 축소하는 내용을 포함한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정책 권고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2008년 1차 국가 에너지기본계획(2008∼2030년) 수립 당시 원전 비중 목표가 41%였던 점을 감안하면 원전 공급 확대 일변도였던 국가 에너지 전략의 대전환이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 경제체제다.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가 미국시장에서 일본 제품에 비해 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를 파고들면 저렴한 전기료가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은 이미 오래 전 기정사실화됐다.

심지어 이를 활용하기 위해 외국 기업들도 한국에 공장을 세우러 온다. 최근 만난 한 글로벌 대기업의 CEO는 “높은 인건비를 전기료에서 상쇄해 주면서 수준 높은 품질과 지리적 장점까지 최적의 여건을 갖춰 한국에 생산시설을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전기료를 올리면 안된다는 말이 아니다. 현 가격이 분명 문제는 문제다. 현재 한국전력은 지난 2008년 이후 내리 5년 연속 적자 기업이다. 하지만 전력을 생산해 한전에 파는 6개의 한전 자회사들은 매년 순이익이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이른다. 과거 한전이 생산과 공급을 전담하던 체제에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이런 복잡한 체제가 됐지만 운영과정에서 돈이 줄줄이 세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원전을 줄여서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는 유통구조 개혁, 에너지 세제개편, 셰일가스 같은 대체 에너지원 개발 등의 수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상식이다. 전기료 인상과 직결되는 원전 축소 정책을 수출 중심 제조업 기반 국가에서 국민적 공감대 없이 국가가 ‘무조건 따라와’ 식으로 이끌어 나갈 사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