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를 살다 보니 힘들었던 과거를 잊고 지내는 일이 많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던 중 ‘의지의 여인’이라는 제목이 있어 들어갔더니 특별히 식성 좋은 여성이나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여성의 얘기를 소개하고 있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의지의 여인’은 하루 두 끼 먹기도 어려운 집으로 시집온 여인이 낮에는 험한 땅을 일구고 밤에는 농사 짓는 공부를 하며, 마침내 이웃 사람도 영향을 받아 마을 전체가 가난을 물리친 눈물겨운 성공스토리의 주인공이었는데 말이다.
전력난으로 하루하루가 염려스러웠던 지난 8월을 무사히 넘어올 수 있었던 것은 모르긴 해도 전등 끄는 습관을 가진 50대 이후 세대의 공이 크지 않을까. 수도꼭지 잠그고, 치약 적게 묻히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는 등 이렇게 물자를 아껴 쓰는 습관이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60~70년대 새마을운동을 체험하며 성장한 기성세대의 의식 속에 깊이 잠재되어 있음을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와 남미, 아프리카 지역 국가는 물론 이웃 중국에서도 대한민국의 새마을정신과 성공사례를 연구하고 주요 정책으로 접목시키고 있다고 하니, 우리가 그렇게 놀라운 일을 해냈던가 새삼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최근 국내에서도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일각에서는 제2의 새마을운동을 시작하자는 의견과 함께 나눔, 봉사, 창조, 공동체의식을 이 시대 새마을운동의 아이콘으로 삼아야 한다는 발제가 있었다. 물질이 중심되면 정신적 피폐가 따르기 때문에 이제 정신적인 풍요를 위해 가진 것을 나누는 시대,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대로 나아가자는 취지일 것이다.
적극 동의한다. 다만 우리가 짧은 기간 살기 좋은 나라로 급성장한 이면에는 미처 노후에 대한 대비까지는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불과 3~4년 후면 국민의 14% 이상이 65세가 넘는 고연령자가 되고 이후 30~40년을 근로의 기회 없는 긴 노년이라는 기막힌 현실을 맞닥뜨리게 될텐데, 새마을정신으로 근면절약하며 경제대국 건설의 역군이었던 베이비붐 세대가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으니 이들의 노년을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
지금이라도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국민이 스스로 노후생활자금과 의료비용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계몽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연금이 있고 이러저러한 연금제도가 산재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 각자가 자신의 경제적 필요에 맞추어 노후 준비를 하고, 사회 빈곤층은 정부가 일부 보조해 노후를 스스로 준비토록 유도하는 것이 바로 지금 필요한 21세기형 새마을운동이다. 장차 다가올 고령화, 100세 시대를 안심하고 맞을 수 있는 국가적 방비책임을 강조하고 싶다.
금융감독원이 실버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과 건강 연계 상품의 개발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나무를 심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는 20년 전이었고, 그 다음 적합한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는 중국 속담을 음미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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