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죄 원심파기 환송

배우자의 현금카드를 훔쳐 현금을 인출한 행위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러한 절도죄의 피해자는 배우자가 아니라 현금자동인출기 관리자이기 때문에 ‘친족상도례’에 따른 형 면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란 형법상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재산죄 부문에서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간 범죄의 경우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제기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는 행실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아내를 때리거나 겁주고, 아내에게서 훔친 현금카드로 돈을 인출하는 등의 혐의(협박 등)로 기소된 이모(49)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부인에게서 훔친 현금카드로 돈을 인출한 행위를 무죄로 봤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절취한 현금카드로 현금을 인출해 취득하는 행위는 현금자동인출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 현금을 자기의 지배하에 옮겨 놓는 것이 돼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를 현금자동인출기 관리자가 아닌 카드명의자인 배우자로 보고 형 면제를 선고한 원심은 절도죄의 피해자 및 친족상도례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 씨는 아내 김모(41) 씨에게 폭행과 협박을 일삼던 중 지난해 3월 김 씨의 현금카드를 몰래 훔쳐 농협은행 상계동 지점이 관리하는 현금자동인출기에서 500만원을 인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폭행ㆍ절도 등 혐의를 인정해 이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친족상도례를 들어 절도에 관한 형을 면제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용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