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서 법원 미제출 항소기각 로펌상대로 손배소 제기 승소

남의 물건을 훔치다 걸려 여러 번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던 김모(42) 씨는 2년 전 또 절도 범행을 계획했다. 그는 구치소 동기로부터 제안을 받고 한 가정집을 털기로 했다.

범행 당일 김 씨와 동료는 집주인이 집을 비운 틈을 타 베란다로 침입했다. 김 씨가 돌을 들고 베란다 창을 막 내리친 찰나,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그만 붙잡혀 범행은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재판에 넘겨진 김 씨는 1심에서 절도미수범치고는 다소 무거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과거 절도 전과가 발목을 잡았다.

김 씨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먼저 범행을 제안한 동료는 고작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김 씨는 1심 재판 중에 다른 범행이 발각돼 그로 인한 형량까지 더해지면 2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판이었다.

결혼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아내와 몇 년간 생이별을 해야 할 처지가 된 김 씨는 어떻게든 형을 줄여보겠다고 마음먹고 한 로펌의 변호사를 새로 기용했다. 피해자와도 합의를 봤다. 항소심에서는 다른 범죄도 함께 재판해 달라 요청해 전체 형량을 줄여볼 계획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그의 바람은 어그러졌다. 새 변호사가 제때에 법원에 항소이유서를 내지 않아 별다른 재판도 받아보지 못하고 항소가 기각됐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실수로 꼼짝없이 2년 넘게 옥살이를 해야 할 형편에 처한 김 씨는 그의 아내와 함께 로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부장 여미숙)는 “로펌은 김 씨에게 2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신혼의 단꿈은커녕 옥바라지를 해야 할 처지가 된 김 씨의 아내도 300만원을 배상받게 됐다. 재판부는 “로펌이 주의의무를 위반,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김 씨는 항소심 판단을 받을 기회를 상실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