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가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 밑으로 기린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커다란 뿔과 용을 닮은 얼굴이 위풍당당하다. 암수 한 쌍의 기린 주변에는 새끼 기린도 보인다. 화폭 하단에는 영지버섯이 무수히 피었다. 작가의 이름은 알 길 없으나, 조선 후기에 그려진 걸작 민화 ‘기린도’이다.
민화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 미감과 소망을 진솔하게 표현한 것이 매력이다, 활달한 필치와 다채로운 색채가 돋보이는 이 작품에서도 탐스럽게 잘 익은 복숭아는 다산을, 기린의 힘찬 뿔과 영지버섯은 무병장수와 길상을 상징한다. 민중들이 오래오래 평안한 삶을 누리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민화는 오늘 다시 봐도 정겹고, 푸근하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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