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의 일환으로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는 보험사 대주주에 대한 주기적 자격심사를 주 내용으로 하는 강력한 규제 법안을 국회에 제안해 놓고 있다. 과거 재벌 대기업의 부도덕한 경제활동에 대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여론을 반영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같은 강력한 재벌규제정책이 경제민주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법체계 상 문제점은 없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보험법제가 가장 발달한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에도 보험사 대주주에 대해서는 설립인가 이후에는 어떠한 자격심사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은행업에 비해 규제필요성이 낮고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보험회사 대주주가 횡령이나 배임죄를 저지른 경우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보유지분에 대해 강제매각처분명령을 내리며 1~2년마다 주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은 금융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대주주 억제수단이다. 국내 보험사 대주주에 대해서는 이미 보험업법에서 보험업 허가단계 뿐 아니라 대주주 변경승인 단계에서도 그들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대주주에 대한 자격심사가 요건화돼 있는데, 별도로 소유구조와 업종특성이 다른 은행업법상의 대주주에 대한 규제내용을 충분한 법리검토 없이 보험업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필요 이상의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

또 최근 공정거래법, 상법, 자본시장법 등 많은 경제관련 법령들이 경제현실에 맞는 선진화된 법제 마련을 위해 오랜 기간 논의를 거친 개정작업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화된 법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한다. 특히 보험업에 대해서는 내부통제제도, 사외이사제도, 감사제도를 비롯해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제한 및 채권ㆍ주식 소유제한, 사익추구행위 금지 등 엄격한 대주주 규제 장치가 이미 이들 법률에 마련돼 있다. 따라서 재벌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면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에 따르면 될 것이고,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 대주주의 사익추구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면 상법규정에 따라 제재가 가능하다. 이와 별도로 특별법을 제정하게 되면 자칫 중복규제나 이중규제가 될 수 있으며, 현재 입법 추진 중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안에 포함된 보험사 대주주에 대한 주기적 적격성 심사제도는 대부분의 금융선진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규제로서 개인의 재산권을 필요 이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위헌소지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법령은 최고규범인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가치에 어긋나서는 안된다. 최근 논의 중인 보험사 대주주에 대한 주기적 자격심사제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해칠 수 있는 위헌적 소지가 많은 제도이므로 충분한 법리검토를 거치는 등 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빈대 몇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모두 태워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강도에 있어서도 미국, 영국 등 선진국과 균형을 맞추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는 창조경제를 향한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문상일 교수(인천시립대 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