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지난 3월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8동의 한 상가. 50㏄ 오토바이가 이 상가의 굳게 닫힌 철제문 앞에 섰다. 중국집 철가방을 든 중년남성이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헬멧 사이에는 빨갛게 염색한 머리가 삐져나와 있고, 귓바퀴에는 귀고리 하나가 반짝인다.
이 배달원은 서울 금천경찰서 생활질서계 소속의 경찰. 그가 이날 찾은 곳은 불법 경마 게임장이다. 그는 이날 도박장 운영 혐의로 11명을 검거했다. 빨갛게 염색한 머리에 귀고리, 한 손에는 철가방을 든 채 불법의 현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경찰, 오경종(47ㆍ경위) 금천경찰서 생활질서계장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 계장이 있는 금천경찰서는 규모로 따지면 서울 31개 경찰서 중 25위에 해당하는 작은 경찰서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해 종합치안평가에서 구로서, 강남서에 이어 3위를 했다. 불법 게임방 단속 실적은 지난해 기준 1위, 교차단속 실적도 1위다. 이같은 놀랄만한 성과를 낸 데는 오 계장의 활약이 컸다.
그는 “게임장, 마사지업소 등은 현장을 급습하기 전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를 위해선 위장이 필요하다. 손님으로 위장해 소주 반병을 들이킨 뒤 게임방을 덮치는 것은 예사다”며 두드러진 외모의 이유를 밝힌다.
오 계장은 “처음에는 주변에서 ‘공무원 체면’이 그게 뭐냐며 수군댔지만, 검거성과를 보고 수군거림이 들리지 않더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 게임장을 가보면 70~80%는 생활이 힘든 중국 교포이고, 성매매 현장을 덮치면 적금을 붇고 있는 대학생들, 주부들도 눈에 띄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동대문 시장통 상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형형한 눈빛은 그가 경력 24년차 베테랑 경찰임을 말해 준다. 전남 영광에서 경찰생활을 시작한 오 계장은 지난 94년 세상을 놀라게 했던 지존파 두목 김기환을 구속하기도 했다. 지존파 사건 이후 서울로 발령이 나 줄곧 서울에서 경찰생활을 한 오 계장. 그는 “체질이 경찰인 것 같다. 하루를 대부분 경찰서에서 보내 아내와 자식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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