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남매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도저히 1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천재적인 음악성 때문이기도 하고 그들을 그렇게 양육한 부모의 교육 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몽골에서 선교사로 봉사하며 살아가는 부부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고 한다. '악동뮤지션'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남매의 여동생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이죠. 집에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행복했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 전에 뵈었던 로봇태권V와 깡통로봇의 아버지인 김청기 감독님과의 담소가 생각났다. 공자 말씀 중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 는 어귀를 인용하며 요즘 젊은이들에게 정말로 좋아서 그리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가에 대해 말씀하고 싶다고 하셨다. 지금과 비교하면 제작 환경 자체가 너무나도 열악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에 그런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즐겁게 일하는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감독님과의 대화가 계속되면서 자꾸만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 얼굴이 떠올랐다.
게임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이다 보니 매우 다양한 이력을 가진 학생들이 모이게 된다. 유심히 지켜보고 있자면 동화 속 미운 오리 새끼가 생각나곤 한다. 중ㆍ고등학교 때까지는 아무에게도 주목 받지 못하고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이 청소년기를 보낸 아이들이 많다. 교실 한 켠에서 연습장에 낙서 비슷한 만화들로 잔뜩 채워가던 아이들이 많다. 학교라는 울타리에 머무르지 못하고 바깥으로 뛰쳐나와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도 많다. 내 인생의 길이 어느 방향인지 갈피를 못 잡고 마냥 흘러가다 느지막이 배움의 길로 돌아온 아이들도 많다. 모두 다 하나같이 미운 오리 새끼 같은 녀석들이다.
그런데 정말 신통하게도 그런 미운 오리 새끼들이 자기들이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면서 날이 갈수록 멋진 백조로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몸집 작은 한 남학생은 학교를 졸업한 후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개발사에 입사해 상사와 동료들에게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고, 광고를 전공하다 어느 날 갑자기 게임 공부를 다시 하겠다며 부모님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동기들보다 몇 살이나 많은 나이에 학교를 다닌 녀석은 대한민국 인디 게임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변화시켰을까? 무엇이 그 변화의 원동력이었을까? 결코 누군가의 도움이나 훌륭한 교육 환경과 같은 외적 요인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행복한 에너지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미운 오리 새끼의 못마땅하고 보기 싫은 부분들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즐겁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유심히 관찰하고 더 신나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미운 오리 새끼를 아름다운 백조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정말 그 작은 것이다. 과제에 파묻혀 강의실에서 밤을 새우는 학생들의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를 볼 수 있다. 힘들지만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아름답게 비상하는 백조의 모습을 또한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글 |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경향게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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