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환율요동에 판 흔들리는 ‘원고-엔저’…작년 1월 데자뷔 되나
미국의 테이퍼링(taperingㆍ자산매입 축소)에 따른 신흥국 불안이 국내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만들면서 금융당국과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환시장에서 원화가 약세를 띠고 엔화는 강세를 보이면서 우리 수출경쟁력에 장애요인이었던 ‘원고(高)-엔저(低)’ 구도를 벗어나는 ‘판흔들기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4일 전날보다 3.5원 상승한 1088.0원에 개장했다. 오전 9시20분 현재 전거래일보다 5.1원 오른 1089.6원에 거래되면서 5개월 만에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국제 금융시장에서 105엔대 중반까지 올라갔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101엔대로 하락했다.
▶굿바이 엔저?=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 위기 등으로 최근 환율 상승 압력이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외화건전성이 높기 때문에 원화가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 견고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이로써 ‘원화강세-엔화약세’ 구도를 탈피했다는 긍정적인 변화를 바탕으로 향후 선진국 경기와 연동성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고-엔저’는 우리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대일(對日) 수출총액은 346억9400만달러로 전년보다 10.6%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엔저 여파였다.
물론 ‘원고-엔저’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전반적인 원화강세는 수입물가를 낮춰 내수 소비를 자극하고, 원/엔 환율 하락 역시 대일 무역수지 개선에 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론 원화가치 상승에 걸맞은 산업경쟁력을 갖추는 게 최선의 답안이다.
하지만 아직 대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원고-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기업에 독(毒)이 될 수 있다. 또 최근 가까스로 조성된 경기회복 흐름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삼성선물은 엔화강세 반전의 배경으로 ▷속도에 대한 부담감 ▷신흥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일본은행(BOJ)의 추가 완화 필요성 축소 등을 꼽았다. 전승지 연구원은 “작년 11월 말부터 엔/달러 랠리가 지속돼왔는데 속도에 대한 부담으로 연초 차익실현이 나타났다”며 “아르헨티나 외환위기 가능성 등에 따라 스위스 프랑과 함께 엔화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상수지마저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여건들은 일본 당국자들에게 추가 완화와 엔화약세 유도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시장 ‘작년 1월 데자뷔’=연초 외환시장이 작년 초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1월에도 환율이 초반에 저점을 경신한 후 급등했기 때문이다. 작년 1월엔 아시아 통화 강세 분위기 속에서 환율 낙폭이 커졌다가 미 달러의 상승세 전환과 더불어 외국인 주식 매도까지 가세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바 있다. 올해는 개장 첫날 1048.3원까지 하락했던 환율이 테이퍼링 축소 시행에 따라 1080원대로 단숨에 올라섰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계절적으로 1~2월에는 수출 비수기이면서 에너지 수입과 해외여행이 증가해 경상수지 흐름이 연중 가장 부진한 시기”라며 “이 시기에 환율상승 요인이 발생하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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