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나무만 봐서는 숲을 알 수 없다. 또 숲만 봐선 나무를 모른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안목이 있어야 ‘지혜’가 생기는 법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정부가 제출한 기초연금법을 두고 지금까지 지리한 공방을 끌어온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보고 있자니 양당 모두 매번 한 쪽으로만 치우쳐 있어 답답할 지경이다.

우선 ‘공약 파기’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경우, 나무만 보고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대선 공약을 파기했다”면서 최소한 소득 하위 70~80% 노인 전원에게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일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전망에 따르면 민주당 안(소득 하위 70% 기준) 대로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한다면 오는 2040년까지 111조6000억원, 2060년까지 263조8000억원(누적금액)이 들어가야 한다. 또 2060년 국민 1인당 조세부담액은 600만원으로 정부안(519만원)보다 81만원이나 증가한다. 생산가능인구(16~64세) 1인당 조세부담액으로만 따지면 1인당 163만원이나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 이 중 미취업자와 학생처럼 조세 부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실제 조세 부담액은 추계치보다도 클 것으로 보인다. 후세대에 막대한 부담을 유발하는 일이다.

새누리당은 미래의 기업부담, 노인빈곤, 재정여건, 사회보장 측면에서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차등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역시 숲만 보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 측면에서 ‘최선의 안’이라는 설명하지만 명백히 대선 공약을 후퇴한 점에 대한 사과는 없다. “공약대로 실시하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며 되레 야당에게 큰소리 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통일이 될 경우 북한 인구의 70%는 기초수급자가 된다는 ‘변수’까지 가정하면서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수령액이 줄어드는 정부안이 시행될 경우 국민연금 임의 가입자가 줄어들 수 있는 역차별에 대한 논의는 없다. 정부안 대로라면 20세(1993년생)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에 비해 평생 약 4260만원을 적게 받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에 대한 입장도 없다.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논의할 여야정 협의체가 6일부터 첫 회의를 열고 본격 가동된다. 이달 내 합의안을 도출해 결론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6ㆍ4지방선거 등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느라 젊은 세대의 주머니만 털거나, 또는 국가재정과 기초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선택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