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월세 등 임대료를 내고 나면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도 없는 가구가 31만1000세대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은 실질적인 ‘렌트푸어(임대료 과부담가구)’로, 월세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이 대부분이다. 렌트푸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전세가구보다 월세가구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이 7일 펴낸 ‘렌트푸어 이슈에 따른 서울시 대응 방안’에 따르면 서울에서 주택임대료와 보증금마련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합한 금액이 소득의 30%를 넘는 가구는 26만7000세대에 달했다. 이는 서울시 전체 가구의 7.6%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또 이 금액이 소득의 40%를 넘는 가구는 14만3000세대(전체 가구의 4.1%), 20%를 초과한 가구는 53만7000세대(15.2%)로 각각 추정했다.

문제는 주택임대료와 보증금마련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지출하고 남은 소득(잔여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가 31만1000세대, 전체 가구의 8.8%에 이른다는 데 있다.

올해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기준 월 60만3403원, 4인 가구 기준 월 163만820원으로, 서울시 가구의 약 9%가 주택 자금 부담으로 생활고에 허덕인다는 얘기다.

특이 이들 중 96%는 월세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으로 실질적인 렌트푸어다. 또 월세가구의 평균 보증금은 2414만8000원, 월 평균 임대료는 34만6000원으로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20%로, 전세가구의 RIR보다 5.7% 높았다. 따라서 전세가구보다 월세가구의 임대료 부담이 더 과중하다는 게 박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주택가격 하락과 저금리가 맞물려, 2015년부터는 임대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월세의 비중이 전세를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위원은 “렌트푸어 문제는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소득 중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달라져 고가의 전월세에 사는 중산층 이상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저소득층이 되레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형평성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직접적인 주거지원을 할 경우 소득중 임대료 비율과 임대료 지출 후 잔여소득에 따라 저소득 임대가구를 우선정책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