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들은 남의 돈으로, 남의 정보를 이용해 장사를 한다. 그래서 다른 직업 종사자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때문에 그들의 역점 사업 역시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다.
이런 우리나라 금융인들이 요즘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수천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에 휘말리는가 하면,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금융인의 신뢰는 바닥에 추락했다. 뿐만 아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횡령 사건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내가 맡긴 돈이 그저 손실을 메우는 곳에, 내가 제공한 정보를 금융회사들이 함부로 다룬 나머지 부도덕한 이들의 돈벌이에 무차별적으로 이용된다고 하니 씁쓸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모든 금융인이 부도덕하고 탐욕스럽다는 얘기는 아니다. 최근 벌어진 사건은 극소수 금융인과 금융관련업계 종사자가 저질렀다. 하지만 국민의 소중한 재산과 정보를 다루기에 극소수일지라도 그들의 일탈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업권보다 크게 나타나는 현실이다.
실제 2011년 당시 벌어진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는 금융회사들의 부도덕에 반발한 대중의 몸부림이었다. 미국 정부는 2008년 발생한 리먼 사태 이후 금융회사를 살리기 위해 국민 혈세를 월가에 투입했다. 월가 금융회사들은 보너스를 나눠가지는 등 돈잔치를 벌였다. 일부 금융인의 일탈은 금융업권 종사자 전체를 탐욕스러운 집단으로 만들어 버리기 일쑤다.
금융은 탐욕일까. 아니다. 한국 금융의 역사를 한 번 되짚어보자. 근대적 의미의 우리나라 금융사는 ‘구국(救國)’ 금융에서 시작됐다.
1876년 개항 이후 물밀듯이 밀려드는 일본 은행들이 우리의 전통 상권과 유통경로를 지배하기 시작하자 이에 대항해 민족은행이 태동했다.
광복 후 개발금융과 정책금융은 경제성장을 지원하면서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어 198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된 금리자유화와 1997년 터진 외환위기는 한국의 금융인들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빠르고 슬기롭게 극복했다. 금융산업 규모는 과거와 비교가 안될 만큼 성장했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커졌다.
이처럼 한국의 금융인들은 자랑스러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요즘 들어 간과하는 게 있다. 사실 금융인들은 잘하면 본전이다. 잘못하면 크게 욕먹는다. 기업이 망해도 ‘제때 금융지원을 했더라면…’이란 금융인을 향한 볼멘소리가 나오니 말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를 ‘금융인의 숙명(宿命)’이라고 표현했다.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지난해 LIG그룹과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등 발행, 올해 불거진 정보유출과 대출사기 등 사고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금융인들은 자신의 숙명을 다시 한 번 곱씹어야 한다.
조동석 금융투자부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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