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공식이 바뀌고 있다.
국내 건설ㆍ부동산업계의 침체가 수년간 장기화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린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해 해외에서 대규모 손실을 맛본 게 결정적 계기다.
기존에는 수주 여부에 사활을 걸었다면 이제는 수익성에 중점을 둔다. 한 푼이라도 안 남으면 공사를 줘도 못하겠다는 생각이다. 배짱이 커진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다. 여기서 더 밀리면 죽는다는 벼랑끝 전략이다.
이전까지는 업체 개개별로 움직였다. 단독 수주를 통한 수주 물량 극대화가 최선이었다. 이를 위해 해외시장에서 만난 동포들은 총부리를 서로 겨눴다. 비방과 중상을 일삼았다.
최근까지 회자되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전쟁’ 실상은 충격적인 수준이다. 국내 A사의 수주가 확정적인 해외시장에서 막판에 국내 B사가 저가로 치고 들어간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이것도 모자라 C사의 수주가 확정적인 사업장에서 D사가 C사의 모그룹 회장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아랍어로 번역해 현지에 뿌린 사건은 지금까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물론, 결과는 뒤집혔고 양사간 뿌리깊은 감정의 골마저 남았다. 상도의는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국내업체들이 출혈경쟁 끝에 따낸 수주 금액은 너무 낮아(예정가격의 40~60%선) 비현실적이라는 평마저 들었다. 국내 업체의 수주액에 대해 해외 언론은 “충격적인 가격”이라고 보도할 정도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는 물론 정부도 움직였다. 먼저 코트라가 해외프로젝트 수주협의회를 통해 출혈경쟁을 막기 위한 신사협정 체결을 주선하고 나섰다.
지난해 정부는 해외건설 수주목표액(700억 달러) 달성이 수포로 돌아가고 수익성도 악화되자 방향타를 수익성과 내실화로 틀었다. 지난해 해외시장 개척 선봉장 기업들의 영업손실이 천문학적 규모에 달하자 업계도 재빨리 대응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국내 5개사의 71억달러 규모 쿠웨이트 석유화학플랜트 수주가 대표적인 협력의 사례다.
이와함께 19일에도 현대건설이 GS건설·SK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조인트벤처를 구성해 이라크 석유부 산하 석유프로젝트공사가 발주한 60억4천만달러(한화 약 6조4천400억원) 규모의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지도>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에서 우리 건설사끼리 출혈 경쟁을 벌여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이번 공사는 공동 수주를 통해 수익과 위험을 공유하는 형태”라며 “각 사가 전문분야에 대해 각각 설계를 진행하고, 구매·시공은 공동으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희망적인 건 앞으로 이런 시도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이라크 까르말라 프로젝트(60억달러 규모), 말레이시아 라피드 프로젝트(100억 달러), 쿠웨이트 뉴리파이너리 프로젝트(140억 달러) 등 대규모 해외사업장에 줄줄이 국내업체간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국내 한 건설업게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업체별 강점을 극대화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시장에 진출한다면 해외유수업체들과 맞붙어도 승산이 있고 수익성도 보장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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