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정치’에서 시작된 이른바 ‘유승민 정국’이 13일 만에 막을 내리면 정가의 시선은 ‘포스트유승민 체제’로 쏠리게 된다. 8일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를 한 전문가들은 일단 당청 간 주도권이 청와대로 기울면서 당내 권력구도에서도 친박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수인 친박의 주도권은 ‘불안한 외줄타기’일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았다. 차기 원내대표도 친박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둘 경우 셈법은 복잡해진다는 분석이다. 중도개혁적 이미지로 평가받던 유승민 원내대표의 진퇴가 대구, 경북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수도권 표심에는 악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黨ㆍ靑 주도권은 靑-당 권력은 親朴으로”=공무원연금, 국회법 개정안 등을 거치며 밀고 당기기를 해온 당청 관계 주도권 경쟁은 이번 사태로 청와대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내 권력구도 역시 친박으로 기울 것이라는 평가다. 친박이 소수지만 ‘살아있는 권력’의 힘이 당내에서도 유지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유용화 시사평론가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과 내년 공천 우선권이 친박으로 상당히 갈 것이다. 대통령의 의도와 의중이 관철돼 가는 그런 여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1년 전 당대표 경선이 끝난 후에는 서청원 최고위원 말고는 전부 비박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김태호, 김을동, 이인제 최고위원 등이 친박으로 분류된다. 살아있는 권력이라서 가능한 일”라며 “앞으로 권력구도도 살아있는 권력이 있기 때문에 이판사판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무성 대표의 입지도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김무성 체제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본다. 당 대표부터 원내대표까지 친박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칼 끝은 당 대표를 향할 수 밖에 없다”며 “오는 14일이 현 지도부 체제 1년이 되는 날인 걸로 아는데 그 전후로 해서 지도부 자체가 현격한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 교수도 “차기 원내대표는 친박이 잡을 가능성이 높다. 김무성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자기 정치에 제동이 걸릴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내년 총선 ‘유승민 효과’ 악재로 나타날 것”=하지만 이같은 권력구도는 코 앞으로 다가온 10월 재보선과 내년 4월 총선에서 기로에 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청 간 분란에 대한 실망감, 청와대에 휘둘리는 여당이라는 이미지와 더불어 중도개혁 성향의 유 원내대표가 뒤로 물러나는 모양새가 특히 수도권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연정 교수는 “친박 주도의 여권 질서는 되레 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원내에서 협상이 결렬되고 야당이 강경투쟁하면 정국 불안정에 대한 책임이 대통령에게 가해진다”며 “친박이 장악하면 정치적으로 불리해진다. 총선에서도 내년 수도권은 어렵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새누리당의 현주소가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도 보여줬다. 대구 경북 지역은 모르겠지만 수도권에서는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석 동국대 교수도 “현재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초반 수준인데 이런 지지율로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부담감이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적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당내 개혁세력을 내쳤다는 점은 수도권 표심에도 악영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욱 배재대 교수는 “포인트는 유승민 거취가 아니라 당청 분란이다. 여당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의회를 좌우하려는 모습이 유 대표의 거취보다 여당에게는 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수진ㆍ장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