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최태원 SK 회장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의 실형이 27일 확정되면서 SK그룹의 경영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SK그룹은 최 회장의 공백으로 이제 막 초기단계에 들어선 동남아ㆍ중남미 사업들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물과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동남아ㆍ중남미 국가는 SK그룹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투자해 온 신흥국가다. 최 회장은 2~3년 전부터 중남미, 호주, 중동 등에서 정부 관계자 및 기업 CEO들과 직접 협상해 왔다.
호주 앵구스 플레이스 광구 방문 시 최 회장이 직접 갱도에 들어가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석유회사 CEO들을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섰다. 또 터키 도우쉬 그룹과 1억달러 규모의 공동 펀드를 조성하는 등 각국 주요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왔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 부재로 이 같은 사업의 진행을 장담할 수 없어졌다. 동남아ㆍ중남미 쪽은 사업이 초기단계여서 최 회장이 그동안 구축한 해외 유력인사와의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얀마 등 신흥시장에서 통신사업권을 획득하려던 SK그룹의 계획도 당분간 차질을 빚게 됐다. 동남아국가 순방을 계기로 SK C&C,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은 벌써 1년 이상 진전이 없다. 브라질과 페루 등 주요국 정ㆍ재계 유력인사들과 최 회장의 만남도 기약 없이 연기됐다. 회사 관계자는 “자원개발 및 통신사업 특성상 상대국 정부의 고위층 인사, 주요 기업체 최고경영진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신수종 사업을 전담해 온 최재원 수석부회장까지 실형이 확정되면서 국내 관련 사업도 영향을 받게 됐다. SK 측은 지난해 SK E&S가 STX에너지 인수전에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데에는 최재원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SK E&S의 대표이사를 겸하는 최재원 부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두 형제의 부재는 그룹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SK는 지난해 최 회장이 인수를 결정한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주력계열사들의 실적이 대체로 부진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ㆍ화학 사업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데다가, SK텔레콤은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해 이전만큼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SK네트웍스, SK해운, SK건설 등 다수 계열사들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SK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따로 또 같이’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각 계열사 업무는 자율적으로 처리하되, 인수합병 및 투자 등 굵직한 건은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처리한다는 것이다. 계열사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감독할 수 있는 안전판을 하나 덧댄 셈이다. 그러나 최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던 기업 특성상 신규 사업 중단, 인수합병 등 투자 제한에 따른 경영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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