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도 사라져가는 선배에 대한 맹목적 복종 관등성명 대고 충성인사 일부대학 체육학과 악습 여전
대학교 입학 시기를 맞아 일부 대학교 체육학과 학생들이 신입생들에게 ‘군대식 문화’를 강요해 연일 논란을 빚고 있다. 정작 군대에서조차 점차 사라지고 있는 후진적인 문화를 대학생들이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모 여대 체육학과 학생들이 이 학과 신입생들에게 요구한 생활예절과 매뉴얼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이 학교 학과 신입생들은 등교 시 체육복을 입으면 안되고 모자, 이어폰 등을 착용해서도 안 된다. 또 항상 긴장한 상태로 생활해야 하고 대답은 크게 해야 한다. 멀리서 선배가 보이면 선배 앞까지 뛰어가서 인사를 해야 한다.
학과 선배에게 전화나 문자를 할 때도 정해진 규칙이 있다. 군대 관등성명처럼 학번과 이름을 말한 다음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라는 문구를 붙여야 한다. 선배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20~30분 후 두 번 전화를 하고, 그래도 안 받으면 문자를 한다는 매뉴얼까지 있다. 또 문서에는 강의가 시작하기 전에는 선배를 찾아가서 인사를 해야 하고, 강의가 없는 날을 만들지 않고 매일 학교에 나와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동기끼리는 ‘언니’라는 호칭을 써서는 안되고 존댓말은 절대 금지 사항이라는 규정도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이 내용은 공식 규정이 아니며 선배들의 이야기를 신입생 대표가 정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오늘날 군대에서조차 옅어지고 있는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문화를 대학생들이 추종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앞서 모 대학 생활체육학과 학생들 역시 신입생들에게 군대식 규율을 강요한 내부 문서가 인터넷에 공개되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엄격한 군대식 경어를 선배들에게 사용해야 하고, 반바지와 구두 착용 금지 등 각종 생활규제를 지켜야 한다는 등의 내용 등 군대 못잖은 강제성이 담겼다.
이처럼 체육학과 학생들이 군대식 규율이라는 악습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의 관성’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초ㆍ중ㆍ고교 시절 일부 교사들에 의한 체벌 등 폭력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가 대학에 가면 폭력의 가해자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진공 상태가 생기는데, 이 가해자 자리를 자신들이 메우면서 쾌감을 느끼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그만큼 학생들에게 폭력이 일상화됐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군대식 규율은 체육학과뿐아니라 간호학과나 의과대학, 무용과, 연극영화과 등 학과의 전공 특성 자체가 집단 행동과 연관되어 있는 곳에서 자주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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