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정 일부주민, 충남삼성고 입학전형 위헌심판 청구
장거리 통학 열악한 교육환경… 삼성 직원들 근무 꺼려 정부 제안으로 자사고 설립
회사 임직원 자녀에 70% 배정 주민 “평등 · 교육권 침해” 반발 상황따라 일자리 감소 등 우려
충남삼성고등학교에 대한 일부 주민의 위헌심판 청구 소송으로 기업의 대규모 지역투자 의지가 꺾일 위기에 처했다. 자칫 위헌심판이 받아들여질 경우 지방공장에 대한 근무기피 현상과 원활한 인력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해외로의 생산기지 이전과 이에 따른 국내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최근 아산 탕정지역 예비 고1·중3 학생 9명과 학부모 9명은 입학정원의 70%를 삼성 임직원 자녀로 뽑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인 충남삼성고의 입학전형에 대해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의 심판 청구 이유에는 “대기업 설립 자사고는 반교육적일 뿐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평등권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기업이 자사고를 설립하는 자체를 반헌법적 행위라고 주장한 셈이다. 현재 기업의 지방공장 임직원 자녀 교육에 대한 정부 대책은 거의 없다. 만에 하나 헌법재판소가 이번 청구를 받아들인다면 거의 유일한 대안인 자사고 설립마저 그 길이 막히게 된다.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산업단지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상당하다. 이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삼성 임직원 수는 3만6000여명, 협력업체 직원도 4만여명에 달한다. 고용이 늘고 경제에 활력이 돌면서 단지 가동이 시작된 2004년 40만명이던 천안시 인구는 2012년 57만명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아산시 인구도 18만명에서 27만명으로 늘었다. 특히 20~40대 젊은층 인구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다. 2004년 1999억원, 1698억원이던 천안과 아산의 지방세ㆍ법인세수는 2011년 말 각각 1조95억원, 7655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런데 탕정산업단지 인근 배방면에는 초등학교 1곳, 중학교 1곳 뿐이다. 고등학교는 아예 없다. 삼성의 고등학생 자녀는 하루 1시간 넘게 걸리는 먼 학교로 다녀야만 했다. 자연스레 배우자와 자녀와 함께 살지 못하는 기러기 임직원도 늘었고, 자녀 교육에 도움이 안된다며 아예 탕정 근무를 꺼리는 분위기도 팽배했다. 특히 해외에서 영입할 연구인력의 근무기피 현상도 뚜렷했다. 기술경쟁력에는 치명적이다.
사실 삼성은 수년 전부터 교육부에 이 지역 고등학교 설립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삼성에 사립고등학교를 지으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학교가 올해 첫 신입생을 받는 충남삼성고다.
올해 고교에 입학하는 이 지역 삼성 임직원의 자녀는 5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충남삼성고의 입학 정원은 350명이다. 그나마 삼성 임직원 자녀 중에서는 245명만 수용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자사고는 모집 정원의 20%는 사회통합전형으로 사회적 약자 계층에 배정해야 하는데다, 삼성 임직원이 아닌 충남지역 주민 자녀에게도 입학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삼성이 자사고가 아닌 일반사립고로 설립했다면 이 같은 모집정원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학교 인근에 몰려 사는 삼성 임직원의 자녀에게 더 많은 입학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었던 셈이다. 삼성은 임직원 자녀의 교육수요에 따라 향후 직원 자녀 배정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충남삼성고를 비난하는 이면에는 내 아이도 충남삼성고에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깔려 있는 게 아니겠느냐”면서 “얼마전 삼성이 신입사원 선발 시 대학 총장에 추천권을 주려했을 때도 비난 여론이 있었는데, 결국 삼성에 들어가고 싶어서 삼성을 비난하는 아이러니가 빚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전국의 자율형 사립고 50개교 가운데 기업 등과 같은 법인이 운영하는 곳은 포스코의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그리고 부산에 위치한 현대중공업의 현대청운고 등 10여곳이다. 지역의 사업장을 기반으로 한 학교의 경우 대부분 설립 초기 임직원 자녀 배정 비율을 별도로 정했다. 일부는 임직원 자녀의 교육수요가 낮아지면서 배정 비율을 없애는 곳도 있다. 자율형 사립고 등록금은 하나고가 연 600만원에 달하는 등 일반 고등학교 대비 비싼 편이다. 하지만 충남삼성고 등록금은 200만원 선이다. 기숙사비ㆍ식비 등은 실비 기준으로 책정되며, 사교육비 ‘0원’을 지향한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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