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한국 경제를 이끌던 1등 기업들이 기로에 섰다. 비용(인건비)과 실력(기술) 모두에서 경쟁력을 가졌던 국내 수출기업들이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치가 불안해진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위기’가 추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자동차로 이뤄나갔던 한국 경제 성장의 ‘착시현상’이 조만간 끝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등 기업 절반, 순이익 5년 전보다 줄어=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가운데 절반 가량인 23개가 5년전인 2009년보다 순이익 규모가 줄었다.

기업별로는 현대중공업이 2009년 2조4332억원이던 순이익이 지난해 1463억원으로 줄어들며 5년만에 무려 10분의 1토막이 났다. LG전자 역시 같은 기간 순이익 규모가 2조3501억원에서 227억원으로 줄며 90%가 증발됐다.

시가총액 7위로 밀려난 POSCO는 2009년 3조2423억원이던 순이익이 지난해 1조3552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국내 증권사의 한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시장을 호령하던 일본 소니를 삼성전자가 눌렀듯,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IT나 중공업 등에 경쟁국이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백색가전과 조선 등 더이상 기술혁신이 어려운 산업에서 저렴한 인건비로 수출 경쟁이 붙게되면 한국 기업도 소니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재정위기 후 한국 경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빼고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왔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달 28일 미국 트랜스오션이 발주한 5억 달러 규모의 시추선을 싱가포르의 셈코프 자회사가 수주하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이 분야를 과점해오던 대우조선해양이 싱가포르 회사에 밀려나게 된 것이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한국 조선업계의 총 수주량은 52척으로 중국이 수주한 60척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주금액으로는 한국이 31억9000만 달러로 중국의 13억49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아직까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전문가들은 이 경쟁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확답이 어렵다는 평가다.

▶국내 산업 지형 변화 절실=수출에 대한 기대를 전처럼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강조한 것은 현 시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 등 1970~1980년대부터 주요 위치를 점유해온 산업들의 비중은 성장성 둔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다”면서 “IT가 새롭게 우리나라 대표산업으로 자리잡긴 했지만 휴대폰 부문의 비중이 높고 이 역시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화학업계 1위인 LG화학의 경우 1970년부터 수출액이 크게 늘면서 국내 경제의 한 축을 맡아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다르다. 2009년 1조5392억원이던 LG화학의 순이익은 지난해 1조2706억원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국내 대표 산업의 지형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가총액에서 POSCO가 뒤로 밀리고 NAVER가 시총 5위 기업으로 발돋움 한 것은 이 같은 변화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조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은 내수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낮아, 통제 불가능한 대외 경기에 경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내수 활성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래투자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인터넷 기반 융합산업 육성 등 ICT(정보통신기술)에서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정책에 대해서도 시장은 공감하고 있다.

양대용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출 모멘텀이 약해지고 삼성전자 어닝쇼크와 엔화 약세로 실적 모멘텀마저 둔화된 지금, 경제정책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약화된 수출 부문 만회를 위해 내수 회복을 빠르게 도와주고 이를 위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나선 현 정부 정책은 관련 기업들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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