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횡단보도에서 오토바이나 자전거에 치였다면 보상은? 상식선에서라면 당연히 오토바이나 자전거 운전자 과실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에 대한 관련 규정이 없어 분쟁이 곧잘 일어나곤 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자조섞인 말들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내면 운전자가 100% 과실책임을 져야 한다. 또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부근에서 사고가 나면 운전자 과실 비율이 10%포인트 더해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부터 자동차 사고과실 비율 인정기준이 바뀐다. 2008년 9월 이후 7년 만에 개정된 과실비율 인정기준은 그동안 다양한 사회 변화를 담고 있다. 가령 이륜차 사고 관련 규정이 신설된 것이나, 운전하면서 DMB를 시청 또는 조작하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 이에 따른 과실비율을 따지는 규정이 새로 생긴 것도 변화된 사회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번에 바뀐 자동차 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이륜차와 관련된 규정이 새로 생겼다는 점이다.
우선 자전거나 오토바이 같은 이륜차가 횡단보도를 주행하다가 보행자를 치어 피해를 주면 운전자 과실비율을 100%로 잡도록 했다. 종전에는 횡단보도를 주행하는 이륜차 사고 관련 규정이 없었다. 또, 자전거 횡단도(자전거를 탄 채 건널 수 있게 표시된 도로)에서 자전거를 들이받으면 차량운전자 과실이 100%가 된다. 이것도 신설 규정이다.
이처럼 자동차 사고과실 비율 인정기준에 이륜차와 관련된 규정이 신설된 것은 이륜차와 관련된 사고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4762명 중 이륜차 사망자는 613명으로 무려 12.9%에 달한다. 이륜차 사고 치사율은 3.3%로 자동차에 비해 두 배나 높다. 특히, 15~24세 인구 10만명당 이륜차 승차 중 사망자는 1.92명으로 OECD 국가 중 하위인 23위 수준이다. 이륜차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셈이다.
자전거족이 늘면서 자전거로 인한 사고는 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 전체건수는 2010년 대비 2014년에 34.5%가 증가했다. 2010년 1만1439건, 2011년 1만2357건, 2012년 1만3252건, 2013년은 1만3852건, 지난해엔 1만7471건으로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였다. 자전거 가해사건은 2010년 2663건에서 지난해 5975건으로 55.4% 증가했으며, 자전거 피해사건도 2010년 8776건에서 1만1496건으로 23.6% 늘었다.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상자도 크게 증가했다. 자전거 사고 부상자는 2010년 1만1646명에서 2014년 1만8115명으로 35.71%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자전거 교통사고로 인한 총 사망자도 1440명, 부상자는 6만9996명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손해보험협회, 서울지방경찰청, 서울시가 인기 걸그룹 AOA와 함께 이륜차 인도주행 문화 개선 캠페인에 나섰다. 이번 ‘AOA와 함께 하는 이륜차 안전 캠페인’ 홍보 영상은 AOA의 ‘심쿵해’ 노래를 활용해, 이륜차가 인도를 주행하면 보행자의 심장이 쿵 내려 앉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앞으로는 운전하면서 DMB 같은 영상표시장치를 시청 또는 조작하다가 사고가 나면 보험금산정과정에서 운전자 책임 비율을 10%포인트 더한다. 또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부근(10m 이내)에서 사고를 냈을 때는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책임을 엄격히 묻는 판례를 반영해 운전자 과실비율을 70%에서 80%로 10%포인트 올렸으며, 장애인 보호구역(실버존)에서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의 과실비율은 15%포인트 가중한다. 이는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적용 규정을 실버존으로 확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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