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범죄발생률의 증가와 검거율의 저하, 범죄 수법의 잔혹화, 사이버 범죄의 급증, 조직 범죄 및 마약범죄의 확대, 외국인 범죄 증가, 소년범죄의 심각화 및 고령자 범죄 증가 등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고도산업사회가 직면하는 이른바 ‘위험사회(risk society)’의 병리현상이라 볼 수 있다. 연쇄살인이나 엽기살인, 아동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위해를 가하는 무동기 범죄 등이 연일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이런 현상을 시민 개개인이 여실히 체감하고 있기도 하다.

통계청의 2012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가장 큰 불안을 느끼는 요인은 범죄다. 한국 사회의 가장 주된 불안요인으로 범죄발생(29.3%)이 국가안보(18.4%), 경제적 위험(15.3%) 등에 앞서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도에서 범죄위험 부분을 보면 불안하다는 국민의 비율이 무려 64.2%에 달했다. 범죄 불안이 국민 불안요소의 1위를 처음 차지한 것은 2008년도 조사 때부터였다.

선진 외국에서는 치안안정과 범죄대책이 이미 국정운영의 핵심적인 위치에 차지한 지 오래다. 미국은 60년대부터 대통령 직속으로 범죄대책위원회를 두고 있고, 90년대 이후 치안ㆍ범죄대책은 항상 주요 대선공약이 돼 왔다.

프랑스는 2000년대 중반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 6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경찰인력을 1만3000명 이상 증원했다. 일본도 2003년 범죄대책 각료회의를 발족하고, 공무원 총정원의 삭감에도 불구하고 경찰관만큼은 2만명 이상 추가 증원했다.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가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로서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치안 안정과 범죄 대응력은 국가경쟁력의 척도이자 국가발전을 위한 필수 사회 인프라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자녀의 등하굣길을 일일이 부모가 동행해야 한다면 막대한 사회비용의 지불로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심야에 여자 혼자 서울시내를 활보할 수 있다는 것은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찾게 하는 기본 인프라이자 국가경쟁력이 된다.

엄벌주의식 법 개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해결책은 범죄 양상 및 치안 악화의 실태와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선행한 후 이를 바탕으로 범죄 대응력 강화를 위한 범국가적 차원에서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비단 범죄정책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정책 전반에 이르는 대책이 요구될 것이다. 경찰은 실효적인 방범대책을 강구하고 범죄수사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노력해야 한다. 행정 각부와 자치단체, 지역사회 등 사회 각 부문이 공동협력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협력치안의 시대가 중요하다. ‘범죄에 안전한 세계 일류 나라 만들기’를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지속적으로 다뤄 가기를 소망한다.

이동희 교수 약력… ▷일본고베대 법학박사 ▷대법원 사법참여기획단 위원 ▷경찰청 수사정책위원회 위원 ▷한국형사법학회 상임이사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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