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국민연금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강화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순환출자에 따른 대주주 우호지분에 막혀 사실상 ‘식물 주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상장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87개사에서 국민연금의 평균 지분율은 7.98%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 우호 지분은 평균 37.01%로 국민연금이 가진 지분의 4.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대결로 가면 번번이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지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12.74%를 보유한 LG상사였다. 삼성물산(12.71%), CJ제일제당(12.69%), SKC(12.53%), 제일모직(11.63%), LS(11.39%), LG하우시스(11.34%), 롯데푸드(11.32%), LG이노텍(11.22%), 현대건설(11.17%)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87개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회사는 8개, 2대 주주인 회사는 38개에 달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대주주일가 및 특수 관계인들의 우호지분을 넘어서는 경우는 한 곳도 없었다.
국민연금이 9.2%의 지분을 가진 롯데하이마트는 대주주일가 및 계열사 우호지분이 65.3%로 7배나 많았고, 국민연금이 10.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대주주 우호지분이 68.2%에 달하며 6.8배나 높았다. 대우인터내셔널도 대주주 지분이 60.3%로 국민연금의 6.5배에 달했다.
반면 국민연금 지분과 대주주 우호지분간 차이가 가장 적은 곳은 제일모직으로 국민연금(11.6%)과 대주주(12.2%) 간의 격차가 0.6%포인트 가량 나타났다. 삼성물산도 국민연금 12.7%, 대주주 13.8%로 차이가 1.1%포인트였고, SK케미칼(4.4%포인트) 등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대주주 일가가 순환출자로 인한 계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고, 특수관계인 등 보이지 않는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힘만으로는 비리 경영진 퇴진과 대주주 전횡을 사실상 견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이사회 참석률 기준을 75%로 높이고 사외이사가 계열사를 돌며 장기 재임하는 것을 막는 장치도 만들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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