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츠컵은 재미난 승부와 함께 엄청난 갤러리로도 흥행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포볼 게임이 열린 9일 갤러리 수는 2만2,349명으로 집계됐다. 화·수요일 연습라운드까지 누적된 인원은 5만4197명이었다. 흥행 성공 행진을 이어간 이유로는 유럽을 제외한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대거 출전한 점, 대회가 전 세계 225개 나라 10억 명에게 중계되는 메이저급 대회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또 하나가 있다. 이 대회 이름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대통령배’이듯 대회 자체가 가진 묵직한 비중 때문이다. 대회 개막 전날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개회사를 한 조지 W.부시 전 미국 43대 대통령은 지난 2005년 프레지던츠컵의 명예의장이었다. 그는 재임 당시 대회를 앞두고 미국팀 선수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격려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대회를 앞둔 미국팀 선수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격려하는 건 이 대회의 정례 행사다.
대회 첫날 경기가 시작할 때 부시는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다. 인터내셔널팀과 미국팀의 포섬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어느 팀이 먼저 티샷을 할지 결정하는 데 그가 ‘동전 던지기’를 주재한 것이다. 야구 개막전의 연예인이나 명사의 ‘시구자’ 역할이었다. 부시는 둘째 날인 9일에도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다. 필 미켈슨과는 격의없는 포옹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 조가 티샷을 마치고 나갈 때까지 그는 자리를 지키며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격려했다. 1번 홀 관중 스탠드에서는 호주의 열혈 골프 응원단 파나틱스(Fanatics)가 부시를 살짝 비꼬는 듯한 구호를 외쳤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여유롭게 웃어 넘겼다. 국가 원수가 의장을 맡는 유일한 대회 프레지던츠컵을 처음 기획한 팀 핀첨 PGA투어 커미셔너는 1994년 첫 대회에서 제럴드 포드 미국 전 대통령을 명예 의장으로 초빙했고, 이후에 이 대회는 매번 개최국 국가 원수가 명예 의장을 맡았다. 미국에서는 조지 H.W.부시(96년), 빌 클린턴(2000년), 버락 오바마(09, 13년)까지 5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명예의장이었다. 조지 부시 가문은 미국에서는 골프 가문 중 성골(聖骨)이다. 외증조부인 조지 허버트 워커는 1920년대 미골프협회(USGA) 회장을 지냈다. 미국과 영국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팀 대항전을 벌이는 ‘워커컵’이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을 정도다. 할아버지인 프레스콧 부시는 상원의원이기도 했지만, USGA 회장을 지낸 것을 더 자랑스러워했다. 41대 미국 대통령 조지 H.W.부시와 43대 조지 W. 부시에 이어 공화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잽 부시도 골프를 즐긴다.
2003년 남아공 팬코스에서 열린 대회의 명예 회장은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이었다. 타이거 우즈는 당시 이 대회의 위상이 높지 않았던 만큼 출전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평화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가 나서서 우즈에게 요청하자 다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대회에 출전했다. 2011년의 명예의장이던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골프를 전혀 하지 않지만 명예 의장직을 수락해 골프 대회의 격을 높였다. 프레지던츠컵은 우승 상금이나 선수들의 초청료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출전한다. 대회 후원사와 방송 중계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 중 상당수는 선수들의 이름으로 그들이 지정하는 자선 단체에 기부된다. 현재까지 16개국 426개의 단체를 통해 3200만달러 이상이 전달되었다. 대회 개최 골프장도 의미가 깊은 명소들이다. 1998년과 2011년 개최지였던 로열 멜버른은 1891년 설립된 호주의 가장 대표적인 명문 코스이며, 2007년 개최지였던 캐나다의 로열 몬트리올은 1873년에 개장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이다. 2009년 개최지였던 샌프란시스코의 TPC 하딩파크는 골프광이자 29대 미국 대통령인 워런 G.하딩의 사망 2주년을 추념해 1925년 개장한 골프장이다. 2년 뒤 개최지인 미국 뉴욕의 리버티내셔널에서는 자유의 여신상이 눈앞에 보인다.
애국심을 위한 소품들과 응원 미국팀에게 프레지던츠컵은 애국심을 확인하고 팀의 단합을 위한 큰 가치를 확인하는 기폭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팀의 각종 소품에 성조기가 다양하게 응용된다. 선수들의 부인과 애인들은 커다란 성조기를 마치 숄처럼 걸치고서 선수들을 뒤따른다. 버바 왓슨의 골프화에는 ‘스타&스트라입스’ 즉 성조기 디자인이 응용되어 있다. 선수들의 클럽 헤드에는 문서에서 따온 문장들이 새겨져 있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새겨 넣었다고 한다. 클럽을 꺼낼 때마다 선수들은 국가를 생각한다. 올해 대회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개최한 데는 한국이 골프에 대한 관심도 높고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지만, 이면에는 올해가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이한 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4년 전 대회 개최와 관련된 논의가 오갈 때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개막식을 열자’는 안건도 올랐었다.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항공모함이 인천항에 입항해 양국 동맹의 의미를 되새기는 세리머니를 하자’는 안건도 검토됐다. 올해 출전한 인터내셔널팀 7개국은 6.25전쟁 때 한국을 돕고자 참전한 국가들이기도 했다. 개막식에서 각국의 국가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으며, 개막 첫날에는 한미 의장대가 출전 선수들의 국기를 들고 대회 시작을 알렸다. 2003년 단장 추천 선수로 출전했던 최경주 부단장은 “한국에서 비행기로 19시간 거리의 남아공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걸 들을 때 뭉클했다”고 소감을 말했었다.
첫날부터 인터내셔널팀의 열광적인 응원을 주도한 호주의 파나틱스 응원단은 10일에는 양복을 차려입고 큰 태극기를 들고 나왔다. 선수가 티샷을 하기 전에 어떤 이는 싸이의 말춤을 추기도 했다. 남아공에서 온 응원단 핑크 엘리펀트도 남아공 국기를 새긴 두꺼운 옷을 입고 코스를 누비며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의 응원이 곧 인터내셔널팀의 응원이고 우리팀을 위한 응원이다. 고마운 마음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이 크다. ‘붉은 악마’와 같은 열광적인 응원이 한국인들에게서 나오지 않고 있다. 선수의 플레이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는 갤러리는 많아도 인터내셔널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열성 팬은 부족한 듯하다. 아직 불씨가 타오르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 응원이 불꽃을 튀길지 혹은 안 그럴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이다. 우리는 다들 어마어마한 불씨를 숨기고 있지 않은가. 2002년이 그러하지 않았나. 세계 225개국에서 10억명이 지켜본다는 경기에 2만여 명이 넘는 갤러리가 모였다는데 말이다. [헤럴드스포츠=남화영 기자]
sports@heraldcorp.com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