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물어보겠다. 지난 몇 년간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 프로야구 구단으로부터 감독 자리 제의를 받았다고 하자. 계약 기간은 3년이다. 단, 팀은 가을야구에서 우승해야 한다. 제일 먼저 어디에 손을 대야 할까?필요한 선수부터 영입해야 할 것이다. 자유계약 시장에 나온 선수부터 데려와야 한다. 그리고는 트레이드를 통해 곧바로 경기에 투입할 만한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 혹자는 ‘내부육성’을 통해 선수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하지만,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다. 쓸만한 선수가 있는가? 일부 구단이 이른바 ‘화수분야구’로 선수를 육성하여 성공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감독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졌을 때 통하는 말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내부육성’을 아예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주어진 짧은 시간 내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부수혈’이 ‘내부육성’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돈 많은 미국의 뉴욕 양키스와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같은 팀도 사실은 ‘내부육성’에도 큰 투자를 하고 있다. 다만, ‘외부수혈’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을 뿐이다.
한화 이글스 구단의 공격적인 ‘외부수혈’이 논란이다. 쉽게 말해, ‘내부육성’은 외면한 채 엄청난 돈을 쓰며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는 처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요청으로, 지난 해 배영수(21억 5000만 원), 권혁(32억 원), 송은범(34억 원) 등을 데려왔다. 가을야구는 따 논 당상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6위. 비난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런데 한화는 올해도 장우람을 84억 원에, 심수창을 13억 원이라는 거금을 각각 주고 영입했다. 게다가 외국인 투수인 에스밀 로저스와는 190만 달러에 계약했다. 곧바로 그렇게까지 돈을 또 쓸 필요가 있었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해할 수 없는 비판이다.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영입 액수와 관계없이 일단은 필요한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 결과가 나쁘면, 사임하는 것으로 책임지면 된다. 그만한 리스크 없이 구단이 감독을 영입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화에는 ‘내부육성’으로 키워낸 선수가 그리 많지 않다. 즉시 전력감이 없다는 말이다. 삼성과 달리 ‘내부육성’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는 있지만, 그것은 구단의 책임이지 감독의 책임은 아니다. 사실 지난 시즌 한화가 6위에 오른 것도 대단한 성과라고 본다. 배영수를 보자. 당시 그는 삼성에서의 입지가 크게 약화된 선수였다. 투수로서의 위력도 예전 같지가 않았다. 권혁은 삼성에서 원 포인트 구원투수로 활약했지만, 특급 투수는 아니었다. 송은범 역시 전성기 때의 구위를 되찾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이런 선수들로 한화가 막판까지 가을야구 진출을 놓고 경쟁했다는 사실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NC 다이노스의 지향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화수분야구’에 치중하면서도 과감한 투자로 외부수혈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 삼성의 주포 박석민을 96억 원을 써서 영입한 것이다. 박석민의 합류가 ‘신의 한 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김경문 감독은 우승을 위해 그의 영입을 요청했고, 구단은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이라면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반해, 삼성의 행보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내부육성’에 치중한다 해도 필요한 선수는 붙잡아야 했다. 또 도박 파문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전력누수가 뻔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외부수혈’도 하지 않은 것은 심했다. ‘내부육성’만으로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류중일 감독이 안쓰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LG의 양상문 감독과 기아의 김기태 감독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이다. ‘내부육성’ 기조가 구단의 방침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원하는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외국인 선수들만 바라보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김성근 감독 또는 김경문 감독처럼 당당하게 ‘외부수혈’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내부육성’에만 목을 매기에는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다. seanluba@hanmail.net*필자는 미주 한국일보와 <스포츠투데이>에서 기자, 체육부장 및 연예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스포테인먼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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