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내년에도 순풍을 타기보다는 역풍에 맞닥뜨릴 상황이다. 대외여건은 먹구름 투성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이 7년간의 제로 금리를 접고 양적완화를 거둬들이면 글로벌 경제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반면 성장세가 꺾인 중국은 위안화 절하에 나설 태세고 유로존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해 양적완화를 더 확대해야 할 처지다. 미국과 유럽·중국이 각각 다른 길을 가는 글로벌 경제 ‘대분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기조와 이란의 가세에 따른 저(低)유가발 신흥국 경기 침체가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내 여건도 온통 가시밭길이다. 청년고용 절벽과 산더미 가계 빚(1200조원), 저출산ㆍ 고령화에 짓눌린 소비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내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내년 4월 총선은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기업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가 16일 발표한 새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이같은 대내외 리스크를 뛰어넘기 위한 방안을 여럿 내놨다. 우선 ‘수요절벽’에 대처하기 위해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1분기 재정 조기집행목표를 8조원 늘려 125조원으로 확대하고 코리안 블랙 프라이데이 정례화, 유커(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비자 및 면세점 제도 개선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을 까먹은 수출 진흥책으로 화장품 등 5대 유망품목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3년차를 맞아 지역전략산업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규제프리존, 의료ㆍ관광 등 유망 서비스업 육성,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 집중 육성 등으로 구체적 성과물을 도출하기로 했다. 이처럼 내수를 강화하고 수출 활력을 회복해 올해 2%대로 떨어진 성장률을 정상궤도로 올려놓고 4대 구조개혁의 마무리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의 새해 경제정책방향은 대체로 이전 대책의 연장선이거나 예상 가능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경상성장률 개념을 도입해 물가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대목이다.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이다. 현재 0%대에 불과한 물가를 적어도 2% 이상으로 끌어올려 소비와 투자를 진작하고 세수 증대 효과도 거두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디플레 파이팅’ 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디플레이션에서 비롯된 것을 감안하면 해볼만한 시도다. 다만 국민 생활의 실질적 개선 없이 지표 상으로만 경기가 이전 보다 나아 보이는 착시현상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다. 당초 전망치 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대체적 견해다.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 10곳의 전망치는 평균 2.8%에 머문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경제를 ‘혼을 잃은 호랑이’라고 부른다. 다시 아시아 호랑이의 용맹성을 회복하려면 구조조정으로 군살을 빼고 구조개혁으로 튼튼한 근육질의 몸을 만들어야 한다. ‘저성장 고착화’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죽기살기로 해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