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속 우리말,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사연은?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부의 박OO 수사관입니다. ○○○ 씨가 연루된 사건이 하나가 접수돼 본인 확인을 좀 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사건번호는 2014-*******이고요, 제가 지금 알려드리는 사이트에 접속해 해당 소장을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번호 적으셨습니까, 다시 불러드릴까요?”

결론적으로 확인된 보이스피싱. 그런데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우리말은 유창하다. ‘고객니임 땅황하셨세요?”같은 개그콘서트 ‘황해’식의 조선족 말투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한류 열풍 때문인가. 왜 보이스피싱 저쪽 수화기 속의 우리말은 갈수록 유창해지는가.

이같은 궁금증에 답을 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헤럴드경제가 31일 입수한 형사정책연구원의 “중국 동북지역 한국관련 마약범죄 및 보이스피싱범죄의 실태와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김창순ㆍ현송학 중국연변대학교 형법학 박사들은 최근 연변지역 초국경적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한국인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연변지역의 한 수사기관에서 검거된 보이스피싱 연루자 중 한국인의 비율은 2009년 161명(14.9%)에서 2010년 135명(15.2%), 2011년 167명(15.7%)에 이어 2012년 172명(16.6%)로 갈수록 증가세다. 보이스피싱은 중국인이나 조선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연변지역에서는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 대만인들이 손을 잡은 초국경적 보이스피싱 사기단들이 늘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전체 보이스피싱 사건 중 초국경적 사기단에 의한 사기비중은 2009년 32.9%에서 2012년 62%로 두배가량 증가했다. 이제는 중국인만으로 이뤄진 사기단보다 한국인ㆍ대만인이 섞여 있는 사기단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들은 연변지역에서 중국인, 혹은 한국인인 범죄총책이 범죄를 기획하고, 다시 조선족이나 중국인, 한국인 및 대만인등을 고용해 연변 지역은 물론 한국, 대만등에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이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 2008년~2012년 사이 일본과 한국, 대만의 경제불황과 같은기간 연변지역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의 범죄자들이 연변지역으로 와서 범죄를 통한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대만ㆍ일본 등지에서 유행하던 보이스피싱 수법이 이 지역에 급속히 전파된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범죄의 경우 국경을 넘어서 범죄를 저지르면 범죄자의 추적이나 증거 수집이 곤란해 범죄에 대한 대응을 무력하게 만들수 있으며, 초국경적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수시로 옮겨 다니거나 점조직의 형태를 가지고 통장모집책, 현금 인출책, 송금책및 관리책 등의 각자 별도의 임무를 가명을 사용하여 수행하고 있어 중국 내부의 접근과 대응만으로는 한계를 지닌다. 이에 국제적인 경찰과 검찰 및 관련 전담기관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한편 이같은 초국경적 보이스피싱 사기단들은 지난 2002~2005년에는 문자메세지와 전화로만 보이스피싱 사기를 저질렀지만 2006~2009년에는 여기에 QQ메신저등 인터넷 메신저나 편지 등을 이용한 사기수법이 추가됐으며, 2010~2012년 사이에는 VOIP인터넷 전화를 이용한 사기수법을 펼치는 등 사기수단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첨단화 되고 있다.

또 사기 수법도 진화, 2002년~2005년 사이에는 당첨, 문자메세지 송금, 지인사칭 정도였던 수법은 2006~2009년 납치, 강탈, 전화요금 미납, 범죄혐의, 신용카드 결제연기, 법원소환장, 전화요금 사기등까지 확장됐고 2010~2012년에는 자동차세 환급, 인터넷 쇼핑, 무담보 대출, 온라인 데이트, 마약소포 등의 신종 수법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조사결과 이런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전체 피해자 중 84.6%정도가 장년층 여성에 집중된 것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