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사용이 정지된 신용불량자의 카드를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 사용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2억원 상당을 편취한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의 범행 무대는 국내 최대의 2대 항공사로, 항공사와 카드사 간 제도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7일 ‘신용카드 무승인결제’의 제도상 허점을 악용, 정지카드로 면세품을 구매해 수입상가에 되팔아 1억8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총책 조모(37)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조씨로부터 항공권 및 면세품 목록을 받아 정지 신용카드로 면세품을 구입한 설모(31) 씨 등 구입책 10명과 부정면세품을 판매한 수입상가 업주 홍모(41) 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용카드 무승인결제’는 신용카드사의 승인을 받지 않고 이뤄지는 결제제도다. 일반적인 카드 승인은 전산회선을 이용 실시간으로 검증의 과정을 거치지만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는 카드사 승인없이 결제한 후 며칠이 지난 뒤 매출전표를 카드사에 청구하는 방식으로 결제가 진행된다. 때문에 불량 신용카드로 항공기 내에서 결제할 경우 항공사는 카드사에 해당 금액을 지급청구해 결제대금을 받을 수 있고, 카드사는 카드 소유자에게 결제대금을 청구하더라도 지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카드사의 대손금이 증가한다.

총책인 조 씨는 대출 및 아르바이트 관련 인터넷 카페에 ‘고수익 알바, 신불자 및 정지된 카드 소지자만 가능’ 등의 광고를 게재해 신용카드 대금 미납자와 신용불량자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유혹해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들은 자신이 구입한 면세품을 조 씨에게 양도하고 그 구매금액의 30%를 지급받아 사용하고 결제금액은 지급불능 처리해 신용불량상태를 악화시켰다.

특히 조 씨는 국내 항공사의 항공권 가격이 가장 낮은 일본, 홍콩 당일 왕복 항공권을 구입해 입출국시 구매목록과 함께 건네 구매책들이 해당 물품을 정확히 구입하도록 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구입책 설 씨는 2013년 8월부터 10월까지 21회 일본을 왕복, 본인의 정지카드로 총 5400만원 상당의 면세품을 구입해 조 씨에게 넘겼다.

경찰 측은 “항공사에는 구매자의 지급능력 여부와 관계없이 면세품을 많이 팔수록 이익이 남게되기 때문에 단말기를 통해 신불자 카드 사용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을 경우 신불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높일 것”이라며 “이 경우 카드사가 일반 카드사용자에게 줘야 할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카드사와 항공사 간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항공사 및 여신금융협회, 관세청에 이 사건의 범행수법을 통보해 유사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