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영하 기온에서 지어진 빌라 하자사례 속출 -빠듯한 공기와 콘크리트 양생 인력 없어 부실 야기 -지난해 3월 전국 연립ㆍ다세대 거래량 1만6천가구 -현장선 “4월 분양분까지는 겨울에 지어졌다고 봐야”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서울에서 전세를 전전하던 직장인 유모(41)씨는 지난해 3월 경기도의 한 신축빌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내 집 마련의 기쁨은 짧았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내리자 천장에서 물이 샜고 급기야 보수를 위해 상판을 전부 뜯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겨울철에도 김 씨의 고민은 계속됐다. 차가운 바람이 창틀 사이로 유입되는 소리와 함께 결로로 인한 곰팡이 등 하자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는 봄에 맞춰 분양되는 일부 빌라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겨울철 혹한에서 콘크리트 양생(건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부실한 마감공사로 입주 이후 끊임없는 하자가 속출해서다. 봄 분양을 위한 무리한 공기(工期) 설정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 씨처럼 부푼 꿈을 안고 봄에 신축빌라를 선택하는 이들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아파트 매매가 주춤하는 가운데 다세대ㆍ다가구 거래가 많이 이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애 첫 집을 아파트 대신 빌라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18일 한국감정원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전국에서 거래된 연립ㆍ다세대주택은 1만6326가구에 달했다. 4월부터 6월까지 같은 유형별 주택 거래량이 2만~3만 가구인 것을 고려하면 3월부터 본격적인 집들이가 시작되는 셈이다. 임대 수요를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신축빌라는 실속형 평면에 고급자재 등 아파트 못지않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려한 겉모습보다 내면을 검토하지 않고 무턱대고 입주하면 되레 고민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자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한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개인 사업자들은 짧은 기간 안에 빨리 지어 적절한 시기에 최대의 이익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라며 “콘크리트 양생에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봄ㆍ가을보다 겨울ㆍ장마철에 지어진 빌라의 내구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시공과정이 체계화돼 공기가 짧아진 것이 되레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공인 관계자는 “최근 빌라들은 금방 지어져 4월 분양분까지는 겨울에 지어진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하자에 민감한 고객에겐 되도록 봄이나 가을에 완공된 빌라를 소개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빌라를 구성하는 콘크리트는 골재와 혼화 재료가 배합돼 열을 일으켜 화학반응으로 양생(건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겨울철 한파는 콘크리트 양생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고온의 양생 과정에서 점성 조절제나 기포 발생제 등을 섞어 굳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빠듯한 공기에 생략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동결방지용 콘크리트 역시 보온성이 좋은 거푸집과 양생 과정에 일정한 온도가 유지돼야 강도를 보장할 수 있다.
관리ㆍ인력도 콘크리트 양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아파트 시공현장에는 콘크리트의 정상적인 양생을 위해 갈탄이나 난방기기로 보양을 담당하는 상주 인력이 있다. 반면 빌라 시공현장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외기온도를 차단하는 가림막을 완벽하게 설치하지 않는 현장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건설사의 한 시공전문가는 “콘크리트는 일정한 수준의 강도, 즉 MPa(메가파스칼) 단위의 일정 기준이 있지만 공동주택 시공현장에서 올바르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아파트와 달리 전반적인 설계와 관리를 담당하는 시공 감리 전문인력도 없어 품질을 장담할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콘크리트가 굳을 때 발생하는 열을 보존하기 위해 거푸집과 구조물을 활용하는 신(新)공법도 빌라 시공현장에선 언감생심이다. 신공법은 비용절감과 시공일정을 앞당길 수 있지만, 특허와 계약상 현재 일부 아파트 단지에만 적용되는 실정이다. 또 겨울철 갑작스러운 눈과 비도 부실 요인으로 꼽힌다. 양생 온도는 물론 물과 시멘트의 정확한 비율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건축물의 완성도를 위해 일부 건설사들이 혹한과 장마철에 시공을 중단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고급자재ㆍ설계와 별개로 일정에 쫓겨 단열공사와 슬레이트 접합공사가 미비하면 결로와 누수 등 연쇄적인 하자로 이어질수도 있다.
결국 가장 큰 과제는 개인사업자의 양심이다. 최세진 원광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여름이나 겨울에 지어지는 건축물에는 품질ㆍ건축공사 표준시방서 등 올바른 규정이 있다”며 “한중(寒中)콘크리트 등은 정확한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져 적절한 배합과 양생, 검토가 이뤄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리한 공기 설정과 불성실한 타설, 자재의 부적절 관리가 부실의 원인이라는 이야기다.
한편 준공 후 하자를 겪는 입주민들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업주체가 명확하더라도 정당한 하자보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아파트와 달리 관리주체가 정해져 있지 않고 입주민들이 관련법을 몰라 손을 놓는 사례도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입주 전 개인사업자보다 건설사업자를 택하고, 하자 발생 시 전문업체를 통해 하자보수 보증금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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