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예고된 일이었다. 월스트리트에서 ’신세대 기업사냥꾼‘이자 ’미술계 큰손'으로 불리는 대니얼 롭(Daniel S. Loeb,58)이 결국은 소더비와 분쟁에 휩싸였다. 지난해 소더비 지분을 취득하고, 올초 소더비 이사에 선임될 때까진 양측이 표면적으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역시 롭은 소더비를 보란듯 칼질(?)하기 시작했고, 소더비 경영진은 이에 강력히 맞서고 있다.
노키아, 소니, 야후 등 경영상태가 좋지않았던 기업의 지분과 그리스 국채 등을 인수해 실익을 챙겼던 롭은 요즘 미술품경매사 소더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투자회사 서드포인트(Third Point) LLC를 이끄는 롭은 지난해 소더비 지분을 9.6%까지 키웠다.
롭은 그동안 무능하다고 판단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공개서한’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며, 선공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유명기업의 CEO들은 그의 공격에 대체로 수동적이었다. 입을 꾹 다물고 신음소리만 냈었다. 소더비 주주가 된 뒤 롭은 “소더비는 너덜너덜 낡은 명작(名作)처럼 절대적으로 복원작업이 필요한 조직”이라며 윌리엄 루프레흐트 CEO의 퇴진을 촉구했다.
그런데 미술품 경매사인 소더비의 윌리엄 루프레흐트(58) 회장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루프레흐트 회장은 롭을 비판하는 장문의 편지(무려 53페이지에 달한다)를 8일(현지시각) 공개했다.
루프레흐트 회장은 이 서한에서 “롭이 우리 회사(소더비) 이사가 되긴 했으나 예술품 경매에 경험과 지식이 없어 거의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반격을 퍼부었다. 그는 행동주의 투자자인 롭의 전략과 전술도 비판했다. “롭은 소더비 이사로 있으면서 회사를 압박해 자기 지분을 고가에 사들이도록 했다. 다른 주주의 이익에는 관심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의 경영전문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소더비 경영진은 롭을 적극적인 투자자가 아니라, 협박꾼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루프레흐트의 반격은 롭이 그간 받았던 반격 중 가장 매서워 보인다”고 보도했다.
롭과 소더비 경영진간 승패는 오는 5월 6일 판가름난다. 소더비 정기 주총이 열리는 날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 때까지 양측은 맹공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은 “롭은 여론전의 전문가”라며 ”때문에 향후 공방에 귀추가 모아진다"고 타전했다.
한편 소더비는 지난 2000년에도 기업 사냥꾼의 공격 때문에 경영진이 대폭 물갈이된 예가 있다. 루프레흐트 회장측이 롭의 공격에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그러나 소더비 내부에 분란이 있어 롭이 어쩌면 이길 수도 있다고 관측하는 전문가가 적지않다”고 분석했다.
‘공격적인 기업 사냥꾼’이라 불리는 롭의 평판은 미술계에서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바라라 글래스톤이라는, 실력있고 경험도 풍부한 여성 화랑주는 10여년 전 롭에게 된통당한 바 있다. 롭은 자신이 점찍은 매튜 바니(미국)의 작품을 글래스톤이 다른 수퍼리치 컬렉터에게 넘기자, 화랑이 세무조사를 받게 하는 등 처절차게 보복(?)했다. 언론 등을 동원해 글래스톤 화랑의 추문을 들추며 압박했다는 설도 떠돈다.
당시 그가 펄펄 뛰면서 화랑 직원에게 메모로 남긴 “It is not my intention to intimidate or frighten you”는 아트마켓 피플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된바 있다.(심지어 어떤 장난스런 이는 롭의 이 메모를 활용해, 저 유명한 크리스토퍼 울(미국)의 텍스트 작품처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10년이 흐른 요즘은 바바라 글래스톤과 롭 사이가 예전처럼 회복된 것으로 전해진다. ‘머니파워’의 위력을 다시금 입증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산타모니카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롭은 샌프란시스코의 UC버클리 대학을 다니다가 뉴욕 컬럼비아대학으로 옮겨 경제학을 전공했다. 롭은 대학 시절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찾았다가 푸생의 그림에 매료된 이래, 부인과 함께 개인 컬렉션도 열심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컬렉션 리스트에는 리차드 프린스의 ‘Cowboy(일명 말보로 맨)’(뉴욕 집무실 벽에 롭은 이 그림을 붙여놓고 있다), 바스키아, 앤디 워홀, 마이크 켈리, 신디 셔먼 등 쟁쟁한 작가 이름이 올라 있다. 1995년 서드포인트 LLC를 설립했고, 현재 140억달러의 자산을 관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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