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나눔 전도사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대학땐 야학서 재능기부, 국회선 세비 갹출해 무상급식 지원, 장기기증 서약으로 생명나눔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국회의원은 몇 명이나 될까. 이들도 사회 지도층이라는 점에서 많을 것 같지만, 3명이 전부다. 국회의원 298명 중에 1%에 속하는 이들은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나선 정몽준 의원과 박상은ㆍ정갑윤 의원이다.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정몽준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로 보유 재산만 2조원이 넘는다.
기업인 출신의 박 의원은 49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1억원 이상 기부해야 하는 아너소사이어티 멤버로 가입할 만한 재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4선의 정갑윤 의원의 경우는 약간 사정이 다르다. 보유재산이 6억원 정도에 그친다. 19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재산이 18억원에 이르는 것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1억원 이상 기부를 해야 하는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은 보통 마음으로는 어렵다.
▲ 왼손이 하는 나눔 오른손이 모르게 상대적으로 빈곤해 보일 수 있는 재산상태에 대해 ‘돈을 벌려고 정치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는 정 의원은 첫 만남에서부터 깊은 인상을 줬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의원회관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정 의원에 대한 경호원들의 예우가 눈에 띄게 깍듯했다.
그는 “4선 의원이라서 경호원들과 특별히 친한가 보다”는 기자의 말에 옆구리를 찌르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국회에 있는 동안 한 번도 안빠지고 국회의원들의 경호를 책임지는 이들의 명절을 조그맣게 챙기고 있어. 이들도 그것을 알고 있나봐.”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정 의원의 나눔 활동이 알려진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왼손이 하는 일은 오른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그는 자신의 이야기에 소극적이었다. 이런 까닭에 4선의 국회의원이지만, 아직까지 출판기념회를 한 번 열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그는 “올해 울산 시장 출마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책을 내게 됐는데, 출마 포기로 아직 세상의 빛을 못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그의 나눔 활동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대학을 다니면서도 목재업을 함께 해야 했다. 어릴적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강했던 탓에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하면서도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을 위해 야학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정 의원은 “아무런 기록도 남아 있지 않지만, 많은 활동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기억의 자락에는 울산 웅촌면 사무소 근처 산비탈에 세워진 재건학교 이야기도 자리하고 있었다. 정 의원은 “여름 야학 봉사활동을 갔는데, 바닥에 물이 고여 돌 위에 짚단을 놓고 공부를 했다. 그 볏짚에는 쥐가 새끼를 쳐 놓은 경우도 있었다”며, “책걸상 마련하려고 모교 부서진 교구를 무상으로 제공해줄 것을 부탁했고 목재소의 목재 일부를 가져다 고쳐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BBS(Big Brother and Sister)에서 운영한 야학에 7년간 교사로 재능기부했으며, 현재 ‘전국야학협의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졸업을 하고 나서도 야학을 손에서 놓지 못한 것은 그의 가난한 어린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정 의원은 초등학교를 2년이나 늦게 갈 수 있었으며, 중ㆍ고등학교도 이웃들의 도움으로 다닐 수 있었다.
“울산 병영(중구 병영 2동)에서 태어났어. 초등학교에 들어갈 시점에 살기 어려워서 시골로 이사 갔지. 농장주가 전답 관리하는 사람을 구했거든. 그 집에서 일해주고 얼마받고 그랬어. 형님들도 남의 집에 가서 일하기도 했지.”
배움의 기회를 놓쳤지만, 운 좋게도 정 의원에게는 마음씨 좋은 이웃이 있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천자문을 뗐어. 그걸 보고 동네 이장 어른이 학교에 넣어줬어. 부모도 모르게 말이야.”
2년 늦게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그는 월반을 하면서 5년만에 졸업했다.
그는 또 중학교 입학할 때에야 호적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옛날 어려웠던 시절을 자연스럽게 꺼냈다. “당시 5촌 아저씨에게 아들이 없었어. 때문에 나를 양자로 보낸단고 태어나서도 호적에 안 올렸지. 그래서 중학교 갈 때 호적에 이름을 올렸어. 늦게 학교에 들어간 까닭에 원래 나이대로 올리면 고등학교때 군대에 가야 한다잖아. 그래서 실제 나이보다 호적 나이가 2살 적어.”
배움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생활 형편의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당시 입학이 쉽지 않았던 부산 경남고등학교에 합격하자, 지역사회 어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입학금을 내줬다. 중3 때 담임선생님도 큰 도움이 됐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친구가 도와줬다. 정 의원은 “고등학교 짝지였던 ‘우경일’이라는 친구가 있다”며, “그 친구가 3년 내내 공납금을 내줬다. 인터뷰할 때마다 찾으려고 꼭 이야기 하는데, 아쉽게도 그 친구를 아직 못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웃의 도움이 나눔실천의 원동력 주위의 도움은 그에게는 마음의 빚이었고, 그것을 갚는 방법이 곧 나눔이었다. 정 의원이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게 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정 의원은 “2011년 모친이 돌아가셨는데, 조의금으로 받은 5000만원을 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며, “예전부터 세비의 10%를 따로 떼 기부해온 기록이 있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18대 국회 초기 20여명의 국회의원이 세비의 일부를 갹출해 극빈 학생의 무상급식을 지원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세비의 10%를 따로 떼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정 의원은 실제로 2009년 4월부터 매월 쌀을 400kg 구입해 지역 복지단체 5곳에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으며, 그 금액만 5000만원에 이른다.
그의 나눔활동은 생명나눔으로도 이어졌다. 2012년 2월 사랑의 장기기증 서약을 맺으면서 사후 각막기증 및 뇌사시 장기기증을 하기로 서약했다. 이런 나눔활동이 몇개월 뒤에는 여야 국회의원 123명과 함께 장기기증 서약을 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 의원은 ‘나눔이 무슨 의미냐’는 질문에 “난 호주머니에 뭐가 있으면 다 준다”며, 평소의 습관에 대해 말했다. ‘나눔은 일상 생활’이라는 얘기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정 의원은 “난 장기기증도 하고 헌혈도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잘 관리해서 죽을 때 가져간다는 것이 의미 있나. 건강한 육신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고 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국회의원 10명으로”
정치적인 이야기는 나누지 않기로 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서 살짝 물어봤다. 그는 “국회의장을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국회의장이 되면 기부 문화 확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윤 의원은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국회의원의 3명 정도는 너무 적어 보인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국회에서 나눔 문화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나눔이나 기부 활성화를 위한 입법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정한 선을 그었다. 그는 “법을 제정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족쇄가 된다”며, “봉사나 나눔활동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 나눔이며, 그런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박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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