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예전을 생각해보면 왜 이렇게 됐는지, 참 상상하기 어렵다.” 지난해 7월. 국회법 파동으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사퇴할 무렵입니다. 사석에서 만난 친박계 한 의원은 이리 회고했습니다.
유 의원이 집중 조명된 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회창 전 총재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뒤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됩니다. 비서실장은 복심(腹心)이죠.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때에도 박근혜 캠프에서 중요 직책을 맡으며 동행했습니다.
그런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이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유 의원은 ‘미스터 쓴소리’란 별명답게 직언을 감추지 않았고, 박 대통령과의 관계도 조금씩 틀어졌습니다. ‘쓰면 쓰다’고 말해야 하는 유 의원과 ‘내 사람’이 유난히 명확한 박 대통령의 ‘강(强) 대 강(强)’은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평도 있습니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소신을 피력했습니다. 박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대립점에 선 계기입니다. 국회법 개정안 파동을 거치면서 청와대가 유 의원을 향해 원내대표직 사퇴를 압박하고, 유 의원이 이에 맞대응하면서 갈등은 절정에 달했습니다. 5개월. 유 의원은 결국 원내대표직에 오른 지 5개월 만에 물러나게 됩니다.
‘고언’인가 ‘배신’인가. 말하는 이는 박 대통령을 향한 고언이라 했지만, 듣는 이는 이를 ‘배신의 정치’로 일축했습니다. 단순히 두 사람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 뒤엔 입법권과 행정권의 권력구도,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대통령이 공당의 원내대표를 표적으로 삼고, 사퇴를 압박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었습니다. 청와대의 압박에 버틴 유 의원의 싸움에 많은 관심이 쏠렸고, 유 의원의 거취에 온 국민이 주목합니다.
유 의원은 사퇴의 변을 통해 “내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밝힙니다.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를 지키고 싶었기에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직을 끝내 던지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유 의원이 대권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의 지지율이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잠룡’급 정치인으로 부각시켜준 셈입니다.
그로부터 약 8개월 뒤. 다시 언론은 유 의원의 이름으로 가득합니다. 공천 탈락 위기를 두고 결국 공천관리위원회의, 그 뒤론 친박계의, 나아가 청와대의 칼은 다시 유 의원을 향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미 유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이들은 줄줄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끊임없이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관심은 다시 박 대통령을 향해 갑니다.
유 의원을 둘러싼 공천 갈등이 길어질수록, 깊어질수록 유 의원을 향한 관심은 점점 증폭되는 형국입니다. 친박계 내에선 수도권을 비롯, 중도층의 민심이 점점 유 의원에 쏠린다는 위기감도 커집니다. 총선을 넘어서면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리란 전망도 나오죠.
시작부터 끝까지, 취지와 의도는 다르지만,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점점 키워주는 현실이 참 묘합니다. 정치는 참 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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