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누구 하나 구조 상황을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책임지고 지시를 내리는 사람도 없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이튿날인 17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실내체육관에 방문하기 직전까지, 실종자 가족들이 한 목소리로 했던 말이다.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A 씨도 “실종자 가족의 요구에는 대답도 없던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하자 뒤늦게 상황판을 설치하고 브리핑을 하겠다고 한다”면서 정부의 부실한 대처를 성토했다.

특히 유가족이 던진 물병에 맞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체육관 밖에 있던 50여명의 경찰 호의를 받으며 부랴부랴 사고 현장을 떠나버린 뒤로 현장 책임자가 나타나지 않자 정부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은 더욱 심해졌다.

이 때문에 전날 박 대통령이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대화를 마치고 퇴장할 때 일부 실종자 어머니들은 “가지 마세요”, “살려주세요”라며 박 대통령을 붙잡고 비명 섞인 울음을 터트렸다.

이에 18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정부의 부실한 대처를 성토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특히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이들은 “사고 당일 현장 방문 했을 때 구조자는 200명도 안됐는데 정부는 555명이나 투입돼 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다고 거짓말했다”고 강조했다.

실종자 가족 호소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실종자 가족 호소 전문 정부의 행태가 너무 분한 나머지 국민들께 눈물을 머금고 호소하려 합니다.

4월 16일 오전 9시쯤 사고가 나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뉴스를 통해 진행 상황을 지켜보다가 낮 12시쯤 모두 구조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을 보러 도착했지만 실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생존자 82명, 학생 74명, 교사 3명, 일반인 5명이 도착한 시각인 오후 5시 30분께 실내체육관 상황실에 와보니 책임을 지고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주는 관계자가 아무도 없고 상황실도 꾸려지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현재 진행되는 상황인데 누구하나 책임지고 말하는 사람이 없고 지시를 내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아이들은 살려달라고 차가운 물속에서 소리치고 있었을 것이다.

학부모 대책위를 꾸려 오후 7시쯤 팽목항과 실내체육관 2곳으로 나누어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자 했는데 민간 잠수부를 동행해 자원을 요청했지만 배도 못 띄우게 하고 진입을 아예 막았다.

흥분한 저희들은 소동을 피우고 난리를 피워서 책임지는 사람을 보내달고 했는데 대답이 없었다.

오후 10시 넘어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고 구조는 없었다. 계속된 요청에도 17일 오전 1시쯤 다시 한다고 전달받았지만 조류가 심하다, 생명이 위협받는다고 얼버무렸다.

군과 경찰은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다. 학부모와 민간 잠수부는 오열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7일 현장을 방문했는데 인원은 200명도 안 됐다. 헬기는 단 2대, 배는 군함 2척, 해양경비정 2척, 특수부대 보트 6대, 민간 구조대원 8명이 구조 작업 중이었다. 그러나 오전 9시 정부는 인원 555명, 헬기 121대, 배 69척으로 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국민 여러분, 이게 진정 대한민국 현실입니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