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목포) 기자] “배가 너무 기울어서 구명벌까지 다가갈 수 없었다.”
지난 22일 광주지법 목포지원 앞에서 “구명벌을 만지거나 조작을 시도한 사람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온 세월호 1등항해사 강모(42) 씨 등 선원들이 내놓은 답이다. 당시 이들은 “선장이 판단해 조난신고를 했고, 구명벌을 터뜨리려고 했지만 너무 기울어져 있어서 그 쪽으로 못 갔다”고 말했다.
생존해 병원으로 옮겨진 다른 선원들 역시 약속이나 한듯이 “구명벌까지는 3m 정도 거리였지만 도저히 그쪽까지 갈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뻔뻔한 변명으로 드러났다. 23일 목포해경 관계자는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123 경비정에서 선원 및 선장 10여 명을 구출했고, 배에 탑승해 구명벌 2대를 내렸으나 작동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선원들은 내릴 수 없었던 구명벌을 해경이 도착하자마자 내려보낸 것. 하지만 가까스로 해경이 내린 두 대의 구명벌 중 한 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실상 구조에 무용지물이었다. 때문에 구명벌에 문제가 있었고 이 사실을 선원들이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2일 해경이 공개한 사고 사진에 따르면 사고해역에 처음 해경 123정이 도착하자 선원들은 모두 서둘러 해경의 고무보트에 올라타기 바빴다. 당시 선장과 선원이 머물렀던 5층 조타실 왼쪽 바로 옆에는 25인승 구명벌이 무려 14대나 장착돼있었지만 사진 속에 구명벌 쪽으로 다가가는 선원은 한 명도 없다. 오히려 선장과 선원들은 “다가갈 수 없었다”고 말하던 구명벌에 해경이 자연스럽게 다가가 2대의 구명벌을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사고 이후 뒤늦게 도착한 해경도 다가가 내릴 수 있었던 구명벌을 두고 선원들이 “다가갈 수 없었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된다.
구명벌 제조업체와 생존 선원들에 따르면 세월호에 장착된 구명벌은 핀을 뽑고 떨어뜨리면 중력에 의해 떨어지다가 배에 매달려 있는 줄이 팽팽히 당겨지면서 터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생존 선원 오용석 씨는 앞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핀만 당기면 된다”며 실제로 구명벌 작동이 어렵지 않음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이같은 선원들의 거짓말에 해경이 내려보낸 구명벌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일각에서는 “선원들이 구명벌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도착한 해경이 내려보낸 2대의 구명벌 중 한 대는 펼쳐지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또 진도 VTS가 “구명벌을 터뜨리고 라이프링을 끼워내리라”고 지시했을 때도 교신하던 1항사가 구명벌을 터뜨리는 대신 구조할 배가 다가오는지 여부만 반복해서 물어봤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혹에 더욱 힘을 실리고 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이와 관련 선원들이 내부용 무전기로 선원들끼리만 상황을 공유하면서 탈출을 모의하고, 선원 전용 통로로 탈출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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