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들 술자리 자제 하고 수학여행 등 외부행사 취소 교육당국, 수박 겉핥기 경고만 심리치료 등 보호장치 마련을
수많은 고등학생과 교사들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고 때문에 10대 청소년들과 일선 학교가 집단적 우울증에 빠졌다. 미리 잡혀져 있던 수학여행이 취소되고 학교에서도 세월호 사고가 주요 화제가 되면서 학생들의 분위기도 가라앉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로 인한 사망자 수가 128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실종자 중 약 97%가량이 단원고 학생과 교사(23일 9시30분 현재시각)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학창시절 가장 즐거운 추억인 수학여행 기간 중 비극적 사고를 맞았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일선 학교도 영향을 받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경기도 일대의 학교들이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온통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질문만 한다”며 “사고 전반적인 과정을 설명하다보면 아이들도 나도 무기력감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뉴스를 보며 사고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이 때문에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이 세월호 관련 뉴스와의 접촉을 피하게 하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같이 심상치 않은데도 교육당국은 근본적 문제 해결보다는 수학여행을 취소하고 교사들의 기강을 강화하는 등 수박 겉핥기식 대책만 내놓고 있다.
최근 인천시교육청은 “공무원 품위에 어긋나는 언행을 금지하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연가 사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교사들에게 보냈다. 일부 학교에서는 “술을 마시지 말라”는 지시를 해 교사들이 저녁 약속을 잡지 못하는 등 현 상황과 동떨어진 경고성 대책만 내놓고 있다.
교육 관계자들은 주먹구구식 대책보다는 학교 현장에서 충격받은 학생과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오는 28일 정신과 전문의 등과 협의해 교사 및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또 교육부와 시ㆍ도 교육청에 학교 상담인력을 확충해 심리 치료도 병행할 예정이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대다수 학생과 교사들이 이번 참사를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어 집단적 트라우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학교 구성원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목포=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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