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변화를 살펴보면, 가히 한국 산업계 판도변화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부동의 시총 1위일 것 같은 삼성전자가 그 자리에 올라선 것은 2000년 이후다.
그 이전에는 한국전력, 한국통신공사(현KT)가 1위를 차지했다.
시총 상위업종은 국민주-이동통신-은행-조선-자동차 순으로 바뀌며 순위 경쟁이 치열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시가총액 상위기업을 비교한 결과 산업계 판도가 변하는 모습이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90년대에는 한국전력이 1위, 포항제철이 2위, 삼성전자가 3위를 기록했다. 국민주 1호(포항제철)와 2호(한국전력)의 위력이 삼성전자를 넘어섰던 시기다.
삼성전자가 1위로 올라선 것은 2000년 이후의 일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SK텔레콤과 한국통신공사가 2위와 3위에 나란히 포진해 이동통신산업에 대한 기대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자 한국전력, POSCO, 국민은행, SK텔레콤의 2위 경쟁이 치열했다. 주도산업이 이동통신에서 이동하며 혼조세를 보인 것이다.
2000년 후반에 들어서자 POSCO와 현대차, 현대중공업이 두각을 드러낸다. 탁월한 실적을 바탕으로 중후장대업종이라 불리는 철강, 자동차, 조선업의 전성기가 도래한 것이다.
2010년대에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가 상위 5위안에 포진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버텨내며 한 단계 도약한 한국자동차산업의 위상이 엿보인다. 2015년에는 삼성그룹의 지주사격으로 신규 상장한 삼성물산이 5위안에 이름을 올렸다.
반대로 시총 상위기업에서 불과 몇 년새 이름을 내린 기업도 있다.
세계를 호령하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몰락한 조선업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007년 시총3위에 이름을 올리며 2010년까지 5위 안에 랭크됐다. 그러나 2011년부터 중국 조선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과잉공급에 수요감소가 이어지며 업황이 나빠지자 시총도 급격히 쪼그라 들었다. 2007년 33조6300억원에 달하던 현대중공업은 2016년 5월 16일 현재 7조8660억원으로 76.61%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시총변화가 산업계 판도변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증권가의 오랜 격언인 “수급은 모든 재료에 우선한다”처럼 착시현상도 종종 일어난다.
최근 코스닥지수의 왜곡까지 불러온 코데즈콤바인이 대표적 사례다.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증시 퇴출을 앞두고 있는 코데즈콤바인은 적은 유통물량 덕분에 주가가 치솟아 한때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다.
감자와 증자를 반복하며 실제 유통물량이 전체주식의 0.6%인 25만여주에 불과해 주가가 폭등한 것이다.
더구나 코데즈컴바인이 파이낸셜스톡익스체인지(FTSE) 스몰캡 지수에 포함되며 외국인의 매수세까지 더해져, 착시현상이 도드라졌다.
이한빛 기자 /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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