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주변국 등 외세 개입 구도 재편 중
미국 “IS, 시리아에 피난처 재건 막아야”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시리아 내전이 종식됨에 따라 미국,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 이스라엘 등 난마처럼 얽혀 있던 외세 개입 구도가 재편되면서 중동이 초긴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24년간 철권을 휘둘러 온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8일 해외로 도주했고, 시리아 반군은 수도 다마스쿠스를 접수하고 권력을 이양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은 시리아에 극단주의 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가 자리잡을 수 있다 우려해 알아사드 정권 붕괴 당일 시리아 중부의 이슬람국가(IS) 기지와 대원들을 수십차례 공습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국은 IS가 시리아에 피난처를 재건하는 것을 막을 결의가 돼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반부패 옹호자 시상식에 참석해 “IS는 이 시기를 자신들 역량을 재확립하고, 피난처를 만드는 데 사용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와해되는 듯 했던 IS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가자전쟁)으로 중동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시리아 사막에서 전투세력을 모으고 테러범을 키우며 이슬람 칼리프국(이슬람 초기 신정일치국)의 꿈을 되살릴 준비를 해왔다.
시리아와 이스라엘 접경지인 골란고원을 수십년간 점령해온 이스라엘은 시리아 정권 붕괴 즉시 탱크를 전진 배치해 영토 확장 의지를 다졌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골란고원의 80%를 실효 지배 중이다.
골란고원에 사는 15만명의 드루즈파 시리아인들은 레바논, 시리아, 이스라엘 등에 퍼져 있는 이슬람 소수종파로 이스라엘 시민권을 갖고 병역까지 수행한다.
또한 이스라엘은 9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이 보유한 화학무기, 장거리미사일, 로켓 등 전략무기 시스템을 공격했다.
한편, 러시아 당국은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망명을 허가했다.
타스, AFP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가족에게 망명이 허가됐다면 이는 푸틴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아사드의 아들은 모스크바에 유학 중이다. 러시아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해 권좌에서 축출된 세계의 여러 지도자에게 피난처를 제공해 왔다.
시리아 정권을 지원해온 이란 역시 시리아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며 반군을 견제했다.
이란 외무부는 반군이 승리를 선언한 직후 “시리아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파괴적인 간섭이나 외부의 강요 없이 전적으로 시리아 국민의 책임이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란과 그 대리세력인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내전 동안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충돌하며 여력을 잃은 탓에 결과적으로 이번 HTS 반군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중동의 반미·반이스라엘 전선에서 중요한 동맹 중 하나였던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잃게 됐다.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 일부 세력을 지원한 튀르키예는 알아사드 정권 붕괴 소식에 반색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 장관은 카타르에서 열린 도하서밋에서 “시리아 국민이 자국 미래를 형성할 단계에 도달했다”며 “희망이 있다”고 언급했다.
유럽 각국은 시리아 출신 피난민의 망명 절차를 중단하고 있다.
독일은 계류 중인 4만7270건의 시리아인 망명 신청 심사를 보류했다.
그밖에 영국,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그리스, 프랑스 정부도 시리아 피난민의 망명 절차를 중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