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중하·현대해상 정경선·한화생명 김동원

80년대생 ‘오너 3세’ 경영 본격화…특명은 ‘신성장’

디지털·해외사업·ESG 등 신사업 부문서 역량 발휘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교보생명 제공]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교보생명은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의 장남 신중하 씨가 최근 정기인사에서 경영임원(상무)으로 승진했다고 11일 밝혔다. 교보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지 10년만이다.

신중하 신임 상무는 1981년생으로,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2년여간 근무했다.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해 생명보험의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는 보험 가입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보험업 관련 경험을 쌓았다. 이후 다시 미국 유학길에 올라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2021년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으로 자리를 옮겨 디지털혁신(DX)신사업팀장으로 일하다가 이듬해 5월 교보생명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그룹디지털전환(DT)지원담당,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을 맡으면서 그룹의 데이터 체계 구축 및 DT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수립함으로써 그룹내 DT 가속화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신 상무는 교보DTS에서 근무하던 2021년부터 교보DTS의 자회사이자 데이터분석 전문기업인 디플래닉스(Dplanex) 설립을 주도해 3년간 그룹 데이터 통합 체계 구축 및 그룹 디지털 전략 수립에 힘써왔다. 2022년에는 KAIST와 산학협력을 통해 미래 보험기술 연구를 위한 전문 연구센터인 ‘KDK 미래보험 AI연구센터’를 개소하고, 지난해엔 그룹 차원의 데이터 질적 확대를 위해 교보그룹 데이터 체계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데이터와 AI 기반의 디지털 혁신 업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올해 초에는 경영임원 후보에 선발돼 1년간 다른 경영임원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리더십, 경영지식, 인사이트 역량 등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올 4월에는 그룹경영전략담당 겸 그룹데이터TF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이번 승진으로 AI활용·VOC데이터담당 겸 그룹경영전략담당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오너 3세 가운데 이처럼 오랜 기간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아오며 임원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는 인사원칙을 중시하는 신창재 의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신중하 상무 승진은 일반 임직원과 동일한 인사원칙이 적용됐다”며 “본격적인 경영승계 포석이라기보다 신창재 의장의 인사원칙에 따라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을 포함한 대형 보험사들은 3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사의 3세대 경영인들은 모두 80년대생으로 해외에서 대학 또는 대학원을 졸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현재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디지털 및 해외사업, ESG 부문 등 신사업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부문급 임원 기구인 CSO(최고 지속가능 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를 업계 최초로 신설하고, 정경선 에이치지이니셔티브 이사회 의장 겸 루트임팩트 대표를 CSO 전무로 선임했다.

1986년생인 정경선 CSO는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경영학 석사) 졸업 후, 지난 2012년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하고, 2014년 소셜임팩트 전문 투자 주식회사 HGI도 세웠다. 또 2021년에는 싱가포르에 임팩트·지속가능성·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테마로 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실반캐피탈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보험업계 오너 3세 중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2014년 한화 경영기획실을 거쳐 2015년 한화생명으로 이동해 전사혁신실, 미래혁신담당, 해외총괄담당, 미래혁신부문장을 거쳐 올해 초 신설된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까지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략 수립과 실행을 이끌어 온 김 사장은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 사업을 주도했고, 국내 보험사 최초의 스타트업 육성센터인 ‘드림플러스’를 통한 스타트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