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마음 아픈 지지자에 많이 죄송”
“불법 계엄 막아낸 것이 진짜 보수 정신”
“극단주의자 공포 잠식당하면 보수 미래 없어”
“이재명 범죄 혐의 정당화되는 것 절대 아냐”
[헤럴드경제=문혜현·김해솔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며 전격 사퇴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거취 표명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해 더 이상 당 대표로서의 정상적 임무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선진국 대한민국에 계엄이라니 얼마나 분노하시고 실망하셨겠나”라면서도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 대표는 “(지지자들의) 그런 마음을 생각하면서 탄핵이 아닌 다른 길을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렇지 못했다.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내린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 대표는 “우리 국민의힘은 12월 3일 밤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부정선거론’을 두고, 한 대표는 ‘이에 동조하면 보수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 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 대표는 “그날 밤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 날 아침부터 거리로 나온 우리 시민과 우리 젊은 군인들 사이에 유혈 사태가 벌어졌을 수 있다”며 “그날 밤 저는 그런 일을 막지 못할까 봐 너무나도 두려웠다”고 호소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이 위대한 나라와 그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또 “그제 의총장에서 일부 의원들의 격앙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올 때, 어느 젊은 기자 한 분이 제가 당대표에서 쫓겨나는 이유가 된 이번 탄핵 찬성을 후회하느냐고 물었다”며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을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를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한 대표는 다만 야당을 향한 비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하지만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 대표의 폭주와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이 대표의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경고했다.
한 대표는 “국민께 감사드린다. 비판해 주신 국민께도 감사드린다”며 “당원동지들과 우리 당직자들께도 감사드린다. 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다”며 발언을 맺었다.
한편 이날 국회엔 한 대표 지지자들이 운집해 응원을 이어갔다. 한 대표는 기자회견 후 지지자들을 만나 “저는 포기하지 않겠다”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 저를 지키려 하지 마시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