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로키, 캐나다 알버타주의 감동⑨

[헤럴드경제(캐나다 알버타 캔모어)=함영훈 기자] 캐나다 알버타주 최대 도시 캘거리에서 밴프 쪽으로 1시간 남짓 차로 가면 도착하는 ‘캔모어’는 ‘큰 머리’라는 뜻으로 우리말 어감과 비슷하다. 북미 선주민 언어의 원류가 동북아시아라는 학자들의 고증에 공감이 가는 도시이다.

이 ‘큰 머리’들은 아침이 되면 붉고 노란 광채를 내는 장관을 빚어낸다. 동쪽의 강력한 햇살을 받아 서쪽에 포진한 수목생육한계선(해발 약 2000m) 위쪽 봉우리들이 루비보석이나 황금처럼 변하는 신기한 풍경이다. 나무가 자라지 않는는 산꼭대기들은 빛을 반사하는 성질이 강한 바위들이다.

캔모어는 밴프, 레이스루이스등 로키산맥 중심지대에서 조금 벗어난, 로키의 동쪽 끝자락이라고는 하지만, 2000m, 3000m대 고봉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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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모어 세자매봉은 알고보면 백두산보다 높거나 조금 낮은 정도로 고봉이다.

세자매봉 선주민의 전설과 바뀌어진 상징들

캐나다 로키의 최고봉은 피라미드산으로 불리는 롭슨(Robson)산으로 해발 3954m인데, 동쪽 주립공원 지대 최고봉은 아시니보인(Assiniboine)산으로 해발 3618m에 달한다.

캔모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는 세자매봉(The Three Sisters)이다. 마을 4거리, 식당, 호텔 등 어디서든 보이는 ‘앞산’ 같은 곳이다. 동네 산이라 너무나도 친근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해발이 무려 2936m나 된다. 백두산보다 210m가 더 높다.

세자매봉이 보우하사, 마을 규모가 밴프 보다 약간 더 큰 캔모어 사람들은 편안하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캐나다 알버타주 로키 마을 네 곳, 카나나스키스, 캔모어, 밴프, 레이스루이스 중 캔모어는 인구가 가장 많고, 다운타운의 콘텐츠가 가장 다채롭다.

세자매봉은 큰언니, 가운데자매, 막내, 세 개의 봉우리인데, 믿음을 상징하는 큰 언니 가장 북서쪽에 있고 해발 2936m, 자선 채리티를 상징하는 중간자매가 가운데에 있으며 백두산 보다 약간 높은 해발 2769m이며, 희망을 상징하는 막내는 2694m로 백두산보다 50m가량 낮다. 여담이지만, 남한에서 천제를 지내며 백두산 역할을 하고 있는 태백산이 있고, 이에 조응하는 소백산(1440m)이 있는데, 캔모어 이웃마을 밴프의 소백(Sawback)산은 무려 3235m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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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모어 일출때 햇빛을 반사하는 서쪽 산악들[함영훈 기자]

선주민인 스토니 나코다(돌 나 크다)족은 애초부터 ‘세 자매’라고 불렀는데, 전설은 좀 슬프다.

가난하지만 정을 나누며 살던 세 자매가 있었다. 이들 자매와 결혼하는 대신 재물을 주겠다던 노인의 사기 행각 때문에 자매들이 불운을 겪었다는 다소 동양적인 정한(情恨)의 스토리이다. 우리의 옛날이야기였다면, 나아가, 노인의 꿈 속에 매일밤 나타나 괴롭히거나, 세자매봉 주변 나그네가 이유없이 죽어가는 얘기가 이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나코다 족은 캐나다 알버타주, 브리티시컬러비아주, 미국의 오래곤주을 지배한 것으로 알려진다. 세 지역 선주민의 언어가 같다.

하지만 1883년 이곳에 온 알버트 로저스는 세 명의 기도하는 수녀들(Three Nuns) 같다면서 세 자매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다시 하면서, 크리스트교 키워드인 믿음, 자선, 희망의 상징으로 바꿨다고 한다. 그리고 3년만에 지금의 이름, 즉 선주민의 표현, ‘Three Sisters’로 확정됐다.

보우밸리주립공원의 수호신

이 세 개의 봉우리는 캔모어 타운, 관광, 지역 하이킹에 중요한 랜드마크가 된다. 즉, 카나나스키스 마을에서 캔모어 다운타운으로 이어지는 보우밸리(Bow River Valley) 주립공원의 수호신 같은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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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모어 세자매봉[캐나다 알버타주 관광청 제공]

등반객들에 따르면, 큰언니봉(Big Sister)은 남서쪽 경사면에 가파른 등반로가 있는데 비해, 중간자매(Middle Sister) 봉우리는 스튜어트 크릭(Stewart Creek)을 통해 쉽게 등반할 수 있다.

막내(Little Sister) 봉우리는 전문가 외에는 오르기 어렵다고 한다. 까다로운 최진사네 셋째딸 값을 한다. 둘째언니 봉우리로 오르는 산길 ‘스튜어트’는 밴프국립공원 초대관리자의 이름인데, 그에게도 세 딸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산세가 비교적 험준하고, 보는 것으로 만족할 뿐 등반 까지 하려는 사람은 적어, 회색곰, 울버린, 스라소니 등 멸종위기종과 늑대, 퓨마, 엘크, 무스, 빅혼 양 등 야생동물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로키의 야생동물 중 일반적으로 사나운 것으로 분류되는 종이 꽤 있는데, 사람도 이들과 만나는 것을 꺼리지만, 사실은 이 짐승들은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더욱 싫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야생동물이 많다고 소문난 곳은 반드시 여러 명이 같이 다녀 그들이 사람을 경계하거나 대치하지 않고, 피할 수 있게 해줘야 하며, 트레킹 중 냄새를 유발하는 음식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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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들산 앞 런들댐 저수지[함영훈 기자]

캔모어 타운타운을 사이에 두고 세자매 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산은 해발 2998m인 캐스케이드산, 2949m인 런들산, 2606m인 레이디 맥도널드산 등이 있다. 맥도널드는 캐나다 초대 총리 이름인데, 그 부인의 산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캔모어 다운타운을 근접거리에서 엄호하는 경찰봉(폴리스맨스 크릭), 하이라인 트레일, 호스슈 루프, 캔모어 후두스 루프, 베클랜즈 릿지, 몬테인 트래버스 트레일 등을 통해 세자매봉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폐광 후 캘거리 올림픽 스타들 캔모어에 모이다

세자매봉이 지켜주는 캔모어 다운타운은 상주인구 1만2000명으로 밴프(8000명) 보다 많다. 영업 규제도 덜하고, 물가도 밴프보다 싸다. 쇼핑, 미술 또는 작품사진 전시, 세계 차 시음 및 판매점, 각국에서 몰려든 특이한 음식,물건 판매센터 등이 다채롭게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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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모어 중심거리과 세자매봉[함영훈 기자]

이곳이 로키 산자락 마을 중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기반은 1883년 이후 석탄산업이 활성화 되었기 때문이다. 오지이지만 ‘약속의 땅’으로 사람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1979년 폐광 이후의 주민들의 행보가 더욱 지혜로웠다. 1988 캘거리 올림픽을 유치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갈 곳 없던 광부조합은 겨울 레포츠, 봄~가을 트레킹을 앞으로 먹고 살아갈 전략의 핵심으로 과감하게 바꿨다고 한다.

올림픽을 전후해 조합 사무실은 산악인-스키인의 센터로서 그 기능을 바꾸었고, 산악인과 스키인 전문가들을 초빙해 정주할 환경을 만들어주었으며, 다양한 액티비티 동호회, 산악학교 등을 결성해 나갔다.

결국 이 전략을 맞아떨어져, 밴프 만큼 알버타 로키 체험의 중심지가 아니면서도, 가장 역동적인 다운타운을 만들어갔던 것이다.

과감한 삶의 시프트에 성공한 광부와 그 후손들은 안정기가 되자 “천천히 가자”는 모토로 여유롭게 포용력있게 레저와 휴양 문화 선도하고 있다고 카나나스키스-캔모어 관광청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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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모어 거리 광부 동상[함영훈 기자]

직교형 거리에 어느 방향으로 서든지, 서로 다른 한폭의 풍경화를 본다. 때론 세자매봉, 때론 레이디 맥도날드봉, 때론 경찰봉...

캔모어엔 문화예술도 풍성

다운타운 끝자락부터 빙하가 흐르는 보우강, 폴리스맨스 크릭을 따라 펼쳐진 그림 같은 산책로의 정취를 즐길수 있으니, 알버타 로키의 메인은 아니지만, 여행자의 만족도는 매우높다.

카나나스키스-캔모어 관광청 린제이 킬로란 매니저는 “주민들은 여유있게 협업하고 있으며, 여행자들에게 대자연을 즐기고 함께 경험하자는 마인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산악 레저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고 4월, 11월에도 하지만 5월~10월이 최적기입니다. 물론 겨울 레포츠, 축제도 많습니다. 다운타운엔 산악레포츠 후 피로를 보상받는 음식들이 매우 많습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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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모어 마블패스[캐나다 알버타주 관광청 제공]

관광청은 숙식, 쇼핑 및 예술 명소로 샤또 캔모어(Chateau Canmore)와 체즈 프란시스코(Chez Francois) 식당, 아이온 고트 그릴(Iron Goat Pub & Grill) 식당, 익스플로어(Explore Downtown Canmore), 로키산 비누사(Rocky Mountain Soap Co.), 프로젝트A(Project A), 캔모어 알버타주 시장(Alberta‘s Own Marketplace) 등을 추천했다.

폴리스맨스 크릭 파노라마를 조망하는 샤토 캔모어 호텔은 대형 체육관, 실내 수영장, 야외 온수 욕조, 건식 사우나, 120명을 수용하는 컨퍼런스장, 10~20명 단위의 소행사장 등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