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비상계엄 소식에 교민 사회에서도 충격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서 ‘尹 탄핵’ 한목소리 내

파리서 열린 대통령 퇴진 촉구 시위
지난 7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프랑스 교민 300여명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3일 이후로 발 뻗고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아직도 그날의 충격이 생생합니다. 내 나라가 이렇게 한 순간에 엉망이 될 줄 몰랐어요.”

영국 런던에서 거주 중인 30대 박모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박씨는 계엄령이 내려졌던 지난 3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한국 뉴스를 실시간으로 챙겨보고 있다며 “언제 또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틈날 때마다 뉴스를 확인하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일주일은 일이 정말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환장하겠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민 사회에서도 ‘12·3 사태’의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교민들은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불안함과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해외 곳곳에서 교민들이 모여 시국 선언을 발표하고 계엄 규탄 집회를 개최하는 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A(33) 씨도 “대통령 때문에 낯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계엄령이라니,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A씨는 “자려고 누울 때마다 그 ‘말도 안되는 일’이 생각나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라며 분노했다.

‘한국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고 우려하는 교민들도 있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유학 중인 40대 신모씨는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이 재조명을 받는 시기에 한국은 계엄령 후폭풍으로 난리가 났다”면서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이 도대체 역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건지,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의문이다. 정말 슬프다”라고 했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B(23) 씨 역시 “한국 노래와 영화 등이 각광을 받는 시대에 계엄령이라는 오물이 터졌다”라며 “프랑스 현지 친구들이 ‘너희 나라 괜찮은거냐’라고 물어볼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교민들은 국회 앞 탄핵 시위에 참여하지 못해 ‘마음의 빚’이 있다며 미안함을 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IT회사를 다니고 있는 C씨는 “당장이라도 한국에 가서 힘을 보태고 싶지만 일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 죄송한 마음”이라며 “한국이 다시 정상화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오는 1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할 계획이다.

홍콩에서 거주 중인 임모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에 참가했을 당시 시민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모이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 지 느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시위에 참석 못하는 대신 조금이라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매일 밤마다 가족들과 한국 사회를 위한 기도 시간을 갖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