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도심 집회, 경찰과 대치
한남동 기습시위 두시간 교통마비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민심이 극도로 들끓고 있다. 급기야 탄핵 정국 속 거세진 민심이 대통령 관저 앞까지 번졌다. 관저 정문이 시위대에 뚫릴 뻔한 일촉 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를 위해 거리로 나온 집회 인파가 윤석열 대통령 한남동 관저 앞으로 몰려 경찰과 극렬한 대치를 벌였다. 이로 인해 관저 인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도로가 완전히 마비되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서울 세종대로 태평교차로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집회에는 경찰 추산 약 1000명이 참석했다.
서울 중구 태평교차로(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집회는 한남동 관저까지 이어졌다. 행진은 원래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까지 행진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 후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대통령실을 지나 관저가 있는 한남동으로 향하는 경로로 변경됐다.
시위대는 행진 중 경찰과 2번 대치했다. 먼저 이날 오후 3시50분께 태평교차로에서 서울역을 거쳐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역으로 향하던 시위대는 숙대입구역 인근에서 경찰의 차단벽에 가로막혔다. 앞서 거리 행진을 신고한 보수단체와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시위에 참가한 한 민주노총 조합원은 “차단벽을 밀다가 팔이 부러질 지경이었다”며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로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 왕복 8차선 도로의 통행이 마비되는 일도 빚어졌다.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에 막힌 차량들은 유턴을 해서 빠져나갔다. 대치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시위대는 대통령실 방향 행진을 포기하고, 한남동 관저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지하철로 이동해 재결집하자’는 안내가 곳곳에서 나왔다.
시위대는 오후 5시께 용산구 한강진역에서 재결집했다. 경찰은 이들보다 먼저 차단선을 마련하고 있었다. 대통령 관저과 1㎞도 채 안 되는 곳에서 긴장감이 이어졌다.
수백명의 시위대는 교란 작전을 펼쳤다.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척을 하다가 바로 방향을 틀었다. 시위대 수백명이 대통령 관저 입구를 향해 왕복 8차선 도로를 내달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들의 움직임에 경찰 기동대도 혼비백산했다. 경찰은 달려오는 차를 막으며 왕복 10차선을 가로질러 따라갔다. 시위대의 기습적인 움직임에 대통령실 관저 입구가 거의 뚫릴뻔 하기도 했다. 곧 경찰 기동대 인력이 추가되자, 경찰은 대열을 가다듬고 시위대와 대치를 시작했다.
시위대는 관저 입구 앞으로 자리를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를 부르는 등 집회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한남제1고가차도 옆 4차선 도로는 오후 6시30분께까지 완전히 마비됐다. 강을 넘어 강북으로 들어오는 도로가 꽉 막히자 극심한 차량 정체가 길게 이어졌다.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경찰, 시위대, 차량이 도로에 섞이자 정체 행렬 속 차량 1대와 시위대 인원 1명이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찰은 관저 입구 앞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향해 3차 해산 명령까지 내렸다. 3차 해산 명령은 경찰력 투입을 통해 시위대를 해산할 수도 있는 조치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관저 입구 옆 트럭에서 “전두환 신군부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12월 12일 노동자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똑똑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삼각지역 인근 대통령실 주변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 지지 화환이 모이며 마치 축제를 방불케 할 만큼 길게 이어졌다. 화환은 국방부 청사를 빙 둘러쌀 만큼 길게 설치됐다. 이마저도 모자라 맞은편 전쟁기념관 앞으로도 화환이 서있었다. 화환에는 ‘대통령님 힘내세요’, ‘부정선거 바로잡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님 응원합니다’ 등 지지 문구가 써있었다. 이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