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허덕이는 건설사 급증

중기 대출잔액 1월부터 계속 증가

환율 변수에 예측 가능성 낮아져

건설 경기도 5월 이후 최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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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확보를 위해 외화채까지 발행한 대형 건설사들도 고환율에 벌벌 떨고 있다. 지방 중소형 건설사들은 3년 전 호황때 지어놓은 것들도 미분양 나니 자금난이 얼마나 심하겠느냐” (건설업계 관계자 A)

“산업이나 경제는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 하도급 업체가 망하면 대형사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가 속도를 내야 한다(건설사 관계자 B)

고금리 상황이 오래가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돈줄이 마르면서, 자금난에 허덕이는 건설사가 급증하고 있다. 스스로 문을 닫는 폐업 건설사가 빠르게 늘고 있고, 폐업 후 돈을 갚지 못해 부도로 이어진 곳도 최근 5년 중 최대다.

13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폐업한 건설사는 2104곳에 달한다. 이중 대형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종합건설사 394곳이 폐업신고를 하면서 1년 전보다 20.9% 늘었다. 부도로 이어진 건설사 역시 올 11월까지 27곳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연말까지 서너 곳이 더 추가돼 30곳을 넘길 것으로 본다.

건설경기 침체는 지방 소규모 건설사일 수록 더 크다. 올해 부도 건설사는 서울 1곳, 경기 3곳을 뺀 85%가 지방 업체다. 지역별로는 부산 6곳, 전남 4곳, 경남 3곳 순으로 부도 업체가 많았다. 은행권은 올해 들어 중기대출 잔액을 늘렸지만, 지방에 있는 중소건설사까지는 대출문을 좀처럼 열지 않고 있다.

시공사의 경우 금융권으로부터 부동산PF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지방에는 공사 중단, 미분양 등의 문제로 이자만 눈덩이처럼 늘어가고 있는 건설사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65조9608억원으로 올해 중 최고치다. 지난 1월(631조1966억원)부터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총액은 한 차례도 빠짐없이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중에서는 건설·부동산업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PF 부실 여파로 건설업종의 연체율이 지속 상승하자 금융사들은 건설업종에 대한 대출문턱을 더 높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건설업 대출 평균 연체율은 0.5%로, 전년 동기(0.38%) 대비 0.12% 포인트 상승했으며 2022년 2분기 말(0.23%) 대비해선 2배 넘게 올랐다. 올해 1분기 말 0.78%까지 오른 연체율을 겨우 낮추긴 했으나, 지난 5년 내 분기별 연체율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금융권도 건설업 대출로 인해 연체율이 치솟자 건전성 관리에 돌입한 상황이다. 중소건설사들이 돈을 빌리기 더욱 어려워질 거란 얘기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신협 부동산·건설업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건설·부동산업에 대한 대출 연체율은 각각 11.38%, 9.44%에 달했다. 1년 사이 건설업은 4.16%포인트, 부동산업은 3.51%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경기 불황이 심화하고, 중소건설사는 대형사들에 비해 버틸 여력이 더욱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유의 비상계엄 이후 나타난 외환시장 불안마저 건설업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30원선까지 오르며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을 ‘1450원’까지 올렸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외에는 겪어본 적 없는 ‘위기 환율’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철근, 모래 등 건설원자재 수입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비싸진 공사비로 인해 올라간 분양가는 곧 매수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한 중소건설업체 대표이사는 “환율이 올랐다고 당장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가격이 어느선인지 예측이 안된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경기악화에 탄핵정국까지 이어지며 시행사들이 사업을 줄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건설업계 일감은 빠르게 줄고 있다. 은행이 기업 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이자도 높이면서 부동산 매수 심리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탄핵정국’으로 떨어진 대외 신인도와 이로 인한 저성장 우려는 더더욱 주택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월 셋째 주를 시작으로 12월 첫째 주(99.2)까지 7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매매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자’ 보다 ‘사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분양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1만7262가구) 대비 1045가구(6.1%) 증가한 1만8307가구로 2020년 7월(1만8560가구)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에 이어 부동산 매수심리까지 내려가면, 주택 또는 상가를 공급하는 시행사들이 사업을 미루고 이를 지어야 하는 건설사들 또한 일감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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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는 이미 숫자로도 침체를 나타내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의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한달 전보다 4.0포인트 하락한 66.9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에 4.7포인트 하락한 이후 추가로 떨어진 것으로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건설사 가리지 않고 지수는 하락했다. 대기업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전월(84.6) 대비 6.0포인트 하락한 78.6을 기록했다. 중견기업지수도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해 전월(71.9) 대비 5.2포인트 하락한 66.7에 머물렀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하락하고 있다. 서울지수는 70.7로 전월 대비 13.1포인트 하락해 지수 개편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지방은 64.7로 전월 대비 3.3포인트 하락했다. 홍승희·서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