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영풍정밀이 장형진 영풍 고문과 박영민·배상윤 대표이사 등 등기이사 5인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930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영풍정밀은 13일 “영풍의 전현직 경영진 등에 대해 배임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이들의 배임 행위로 인해 회사에 끼친 손해액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영풍정밀은 장형진 고문을 비롯한 장씨 일가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 간 경영권 분쟁에서 양측이 공개 매수전을 펼치기도 했다.
공개매수 후에는 최씨 일가 측이 영풍정밀 지분 70.28%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정밀은 영풍 등기이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영풍의 배임 혐의를 주장했다.
영풍이 고려아연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해 MBK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각종 배임적 행위로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치고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영풍정밀은 이로 인한 손해액이 최소 93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앞서 강성두 영풍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 주식을 추후 매각할 경우 주가가 100만원 이상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MBK의 콜옵션 행사 가격이 최초 공개매수가인 주당 66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MBK는 한 주당 최소 34만원씩 더 싼 값에 주식을 사들일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영풍정밀은 “전체 주식 수 기준으로는 최소 약 274만주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서 MBK는 최소 9천300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대로 영풍 주주들에게는 9천300억원의 막대한 손해를 입히게 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영풍정밀에 따르면 영풍은 보유 중인 고려아연 주식과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할 고려아연 주식의 독자적인 의결권 행사를 포기했다.
또 영풍은 이사 선임을 위한 의결권을 MBK와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했고,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한 의결권에도 상호 협조하기로 했다고 영풍정밀은 전했다.
영풍정밀은 “그 결과 MBK는 공개매수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영풍과 공동으로 확보한 합계 지분 38.47% 가운데 5.32%만 확보하고도 사실상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 지위와 권한을 행사하는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풍은 이 밖에도 MBK에 아무 대가 없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콜옵션을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MBK가 영풍보다 1주 더 많은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콜옵션 행사 권리를 부여한 것도 배임 행위라는 게 영풍정밀 측의 주장이다.
영풍정밀은 “MBK가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최초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66만원에 영풍과 그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영풍이 경영협력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MBK가 얼마나 많은 이익을 가져가게 될지 추산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