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등 24개 건설사

직원들 안전등 파악에 분주

벵가지 통신두절·공항폐쇄

건설근로자 수백명 고립

공사대금 피해 우려속

신규물량확보도 난항 전망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는 리비아 반정부 시위로 인한 한국인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은 직원 안전과 사업 전망을 파악하느라 초조한 모습이다. 22일 국내 건설업체에 따르면 시위가 가장 격렬한 벵가지에 체류하고 있는 건설 근로자 수백여명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고립돼 있다. 벵가지공항은 이미 폐쇄됐고, 일부 육로까지 차단됐다. 트리폴리공항을 이용할 수 있지만 리비아 당국의 행정 마비로 출국비자를 받지 못해 사실상 발이 묶인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벵가지 일대 통신까지 이날 두절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본사 상황실에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통신 수단이 없어 애로를 겪고 있다”면서 “현재 대피한 직원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등은 외교부와 알자지라 등 아랍권 방송 등을 통해 현지 정보를 얻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 항공편을 이용해 직원을 전원 철수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무턱대고 현지를 떠날 수도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업 특성상 현장에 고가 건설장비가 산재해 있고, 또 사업장을 떠나서는 공사 진척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의 신변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완전 철수로 공기가 지연될 경우, 보상 시 국내 건설사 측에 귀책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신뢰도도 문제다.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섣부른 철수 등으로 한 번 현지의 신뢰를 잃으면 수년간 쌓아온 사업 기반이 무너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부동산경기 부진으로 겨우 중동과 북아프리카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는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비아는 북아프리카 시장에서 상징성이 절대적이다. 누계 기준으로 국내 건설업체의 3대 해외 건설 시장이다. 국내 업체는 리비아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294건에 364억달러를 수주, 전체 해외 수주 누계액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정국 불안 속에 공사대금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 말 리비아에서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돼 국내 업체들이 애를 먹은 적이 있다. 현대건설이 걸프전 발생으로 이라크 정부로부터 11억달러나 되는 공사대금을 못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건설은 전쟁이 끝난 후 미수금 일부를 탕감해주고 나머지는 분할해서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공사 대부분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발주 공사인 만큼, 정권의 교체 여부와는 상관없이 대금 지급은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하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순식ㆍ김민현 기자/sun@


jpur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