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짜리 딸을 두고 있는 김모(37)씨는 얼마 전 딸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잘 놀아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오랜만에 딸과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기로 한 것. 간식 거리를 두손 가득 들고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리던 김씨는 깜짝 놀랐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상영되는 광고가 무척이나 선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소주나 맥주 등 주류 광고가 연달아 나오는 가 하면 19세 이상 성인들만 관람이 가능한 영화의 예고편이 여과없이 보여졌다. 김씨는 “소주 광고에선 남자가 여자한테 ‘오빠 잔을 가득채워줘. 집에 늦게 들어간다고 해’라는 말을 하고, 맥주 광고에선 비키니를 입은 여성 모델이 남자 배우에게 안겨 야릇한 포즈를 취하더라. 애니메이션 영화는 주로 아이들이 보러 오는데 선정적인 광고가 나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광고 중 주류광고의 비율이 3년 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광고의 경우 등급 분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애니메이션 등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체관람가 영화 상영 때에도 주류광고가 버젓이 상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극적인 광고 문구와 함께 술을 마시는 광고 장면에 어린이나 청소년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제재할 수단이나 방법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손숙미(한나라당)의원이 영상등급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3년(2008-2010년)간 극장 광고 심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주 맥주 와인 등 주류광고 건수가 2008년에는 전체 심의 광고(786건) 중 3.4%(27건)였으며 이후 2009년 5.1%(32건), 2010년 4.5%(2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상등급판정위원회가 제출한 2010년 극장 내 상영광고 등급 판정 현황에 따르면 소주ㆍ맥주 등 주류광고 모두가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손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건강증진법 시행령에 따라 텔레비전의 경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는 주류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도 주류 광고에 대해서는 청소년보호를 위해 접근제한 조치를 두고 있지만 영화상영관은 아무런 제재수단 없이 주류광고가 송출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손 의원은 최근 심의기준의 과잉 적용으로 논란이 됐던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음반 심의를 언급하며 “문제가 되고 있는 음반 심의보다 사실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며 “유해매체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 여성가족부의 책무인 만큼 영화관 내 주류광고에 대한 규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나 광고심의위원회 등에 적극 건의해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건전한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