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열망을 품은 도전 (16)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강준호와 신희영이 옷을 벗음으로 해서 진정한 자유와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었다면, 강유리와 백광돌은 옷을 벗음으로 해서 스스로 구속되어 쩔쩔매고 있었다. 그나마 각오가 다부진 강유리는 걸음이나마 당당하게 걸었으나 백광돌은 말기에 다다른 치질환자처럼 게걸음을 걸으면서 연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 니혼진… 일본싸라미에요. 나, 궁금한 거 이써요. 아저씨 걸음 왜 여푸로 걸어요? 치질 이써요? 항문 아파요?”
마침 그들과 함께 누드 라운드 동반자로 조인 된 사람은 일본인 학생커플이었다. 얼핏 보아 대학교 졸업반 정도로 여겨졌고 친한 친구정도로 보였는데 그들의 행동은 옷 입었을 때와 다름없이 조금도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일본인 여학생이 한국말에 익숙했던 터라 의사소통에 별 불편함이 없었건만, 백광돌은 오히려 그 점이 더 못마땅할 뿐이었다.
“아닙니다. 항문은 멀쩡하고요… 동방예의지국 사람이라서 그렇지요.”
“동빵? 아! 동빵신기… 굿또 굿또, 동빵신기 춤출 때, 여푸로 걸어요.”
일본인 여학생이 티샷을 하기 위해 드라이버를 챙기는 동안에도 백광돌은 그녀의 눈길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 여학생이 무심코 돌아보기만 해도 아랫도리에 신경이 쓰여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는 말이다. 그 여학생의 눈길을 피해 엉거주춤 뒤로 돌아서면 강유리의 나신과 마주치고, 은근슬쩍 몸을 꼬면 또 다른 일본인 여학생과 시선이 닿곤 했으니… 나무아미타불, 흐르는 식은땀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물론 그럴 때마다 일본인 여학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는데…
예로부터 일본에서는 ‘마쿠라에’라는 춘화를 시집가는 딸의 혼수에 넣어 보냈다고 한다. 베갯머리에서 부부가 함께 보는 그림을 지칭하는 것인데, 남녀가 교합하는 자태를 꽤나 에로틱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일 것이다. 시집가는 딸의 혼수에 여러 형태의 섹스 체위라든지 혹은 남자의 물건을 컬러풀하게 그려진 춘화도를 넣어주다니…
학자들은 그 까닭을 성의 주술력을 믿는 일본의 전래사상에서 찾기도 했다. 그 춘화를 통하여 혼수감이 부정 타는 것을 막아주는 뜻이었다고 하니 이를테면 부적을 소지하는 것과 다름없는 풍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혹은 젊은 세대의 자유로운 표현방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본 여학생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딱, 딱! 공을 쳐서 앞으로 날려 보냈다. 모든 행동이 자유로웠으니 아무런 사심도 담겨있지 않았다. 문제는 강유리와 백광돌이었다. 그래도 강유리는 신체구조상 겉으로 티가 나지는 않았으나, 백광돌은 티샷을 하기 위해 타석에 올라설 때마다 지겟작대기의 반응을 주님의 뜻에 맡기곤 했다.
“어머나 또 오비 났네…”
멀리건을 두 번이나 받아가며 티샷을 날렸건만 공의 궤적은 난초를 친 것처럼 좌로, 우로 날아가기 일쑤였다. 정신을 집중해서 타격해도 똑바로 보내기 어려울 판에 앞태, 뒤태에 온통 신경을 쓰며 드라이버를 휘두르니 삐딱선을 탈 수밖에. 지겟작대기에 평화가 깃들기를 염원하자니 앞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여러 사람이 바라보는 엉덩이에 미학을 추구하자니 뒤태에 신경을 온통 써야만 했던 것이다.
“유리야, 더 이상 못 견디겠어. 게임 접을까?”
“어떻게 접어요? 그래도 외국인과의 라운드인데…”
백광돌은 거의 울다시피 강유리에게 칭얼댔다. 그는 여전히 게걸음을 걷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그녀를 등지고 빈 허공에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강유리 역시 백광돌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는 중이었으므로 그의 반대편 허공에 대고 큰 소리로 대답하곤 할 따름이었다.
“아저씨! 아직도 항문 아파요? 플레이? 기브 업?”
지겟작대기의 평화를 기원하느라고 제자리에 멈춰 서서 심호흡이라도 하려면 일본인 여학생들은 이렇게 다그치곤 했다. 진퇴양난!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지경에서 백광돌은 인간으로서의 비애를 느끼고야 말았다. 아! 육(肉)은 슬프구나! 고깃덩이는 슬프구나… 어째서 사심을 떨칠 수 없단 말인가… 그는 티를 꼽기 위해 허리를 숙이며 이런 생각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젠장! 여전히 헐벗은 뒤태에 신경이 쓰이는 걸 어쩌랴…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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