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3국 정상이 급히 머리를 맞댔지만 원칙적인 합의에 그친채 구체적인 각론을 내놓는데는 실패했다. 3국 정상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독립성을 지지하는데 한 목소리를 내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의 재정통합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조약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관심을 가진 유로본드(유럽공동채권) 발행 합의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독일이 유로본드 발행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로존 재정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는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통합 강화 위해 EU조약 개정=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3국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EU 조약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회원국들의 재정 통합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로존 회원국가간 경제질서를 확고히 하기 위해 다음달 9일 열리는 EU 정상회담 전까지 EU 조약 개정안을 선보일 것”이라 말했다.

이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 그는 재정위기 해법으로 공식 거론된 유로본드 발행의 전제조건으로 EU조약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는 “EU 조약을 개정하려는 계획은 ECB의 독립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유로존은 재정동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상들은 ECB의 독립성을 재차 지지했다. 메르켈 총리와 사르코지 대통령은 “3국은 금융정책과 통화안정을 관장하는 ECB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요구도 하지 않을 것 이라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 정상은 유로화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강하고 안정된 유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로본드 반대 고수...합의 무산=3국 정상들은 유로본드 발행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유로본드란 유로존 회원국이 공동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최근 국채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회원국들을 돕기 위한 방안이다.

이날 메르켈 총리는 유로본드 발행에 대한 기존의 반대 입장을 되풀이했다. 유로본드가 발행될 경우, 우량국인 독일의 국채금리가 재정위기국 수준으로 급등해 신용등급이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유로존 금리를 즉각적으로 통일한다는 점에서도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유로본드 발행은 유로존 위기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몬티 신임 이탈리아 총리는 두 정상에게 이탈리아의 긴축 계획을 설명, 지지를 받았다. 몬티 총리는 2013년 균형 예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포함됐다고 설명하면서 다만 “유로존 국가들의 적자 감축 목표는 유럽의 경제 둔화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