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 끝까지, 죽을 때까지(5)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자넨 입 다물고 코스나 잘 살피라고 하시는 군. 참 기막힌 세상이야. 내가 트위터를 쏜 지 30초도 지나지 않았을 텐데… 자네 아버님이 즉시 반응하시네.”
“뭐라고요? 아버지가? 트윗질을?”
“어허! 트윗질이라고 하지 말라니까?”
또다시 뒤통수를 철썩, 눈앞에 별이 번쩍였으므로 재규어 XKR의 리어가 움찔했다. 뒤통수를 갈기려는 전진후의 손바닥을 피하기 위해 약간의 미동이 있었을 뿐인데도 재규어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유호성이 액셀에 힘을 가하자 몸이 뒤로 쏠리면서 등받이에 강한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운포스로 이어지는 엄청난 중압감! 이 정도면 계기판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시속 260킬로미터를 족히 넘는 속도로 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유민 회장님께서는 다음 5개국 관통 랠리경기에 인생을 건 분이라고. 그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 이번 몬테카를로 랠리에 출전했다고 보면 돼. 입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이 더 중요하단 말씀이야.”
“선배 실력으로 영화를 찍어 봐야 방송이나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버지나 선배나 어쩜 그리도 똑같이 미련한 짓을 하는지… 하긴 그 밥에 그 나물로 비볐으니 비빔밥인들 오죽할까?”
“이거 봐라? 죽으려면 임금님 불알을 못 만져?”
“아이쿠, 미안…”
“이 다음에 벌어질 5개국 관통 랠리에서는 이미 생방송을 하겠다는 방송국 약속을 받아놨단 말일세. 그러니 실전 연습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요? 정말?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군요.”
랠리경기에서는 코스의 변화를 인지하기 위해서 드라이버와 보조드라이버라 할 수 있는 코-드라이버가 협력하도록 규정지어져 있다. 드라이버가 파일럿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는 동안 코-드라이버는 달리는 머신의 페이스에 맞추어서 네비게이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부탁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 규정을 떠나서라도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 간의 팀워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완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얼음판을 달리고, 사막을 지나고, 산길을 거스르는 동안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똥오줌을 누어야만 가까스로 밟을 수 있는 것이 랠리의 결승선이란 말이다. 그런데 유호성과 전진후는 벌써부터 이렇게 삐걱대고 있었으니… 4,200cc의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채 청춘의 피를 끓게 한다는 재규어 XKR일지라도 별 재간이 없을 지경이었다.
“선배, 저기 깃발이 보이네요. ‘고통의 SS’!”
“그래? 벌써 산길로 접어드는 거야? ‘리브롱’을 지났단 말인가?”
재규어 XKR은 이미 론강의 굽이를 따라 이어지는 평로를 한 시간 가량 지나 달려온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재규어는 곧바로 리브롱 산길을 관통하게 될 것이다. 산의 정상인 ‘크루’를 지나 내리막길의 끝자락인 ‘디에’에 이르기 까지는 일명 ‘고통의 SS’로 명명되어 있다. SS는 스페셜 스테이지를 일컫는 말로서 모든 운전기술을 발휘해야만 하고 극한의 인재를 발휘해야만 하는 특별구간을 뜻한다.
“그렇다면 잠시 촬영이나 트위터는 접어둬야겠군. 자네도 정신 바짝 차리게. 이 구간에서 자칫 방심하게 되면 뼈도 못 추려.”
“나도 잘 압니다. 오죽하면 고통의 SS라는 이름이 붙었을라고요.”
“하지만 산 정상 크루에서는 잠시라도 촬영을 해야 돼. 원래 실전촬영 감각을 익히려면 계속 영화를 찍으면서 달려야 정답인데… 벌써 죽자니 청춘이 아깝다는 생각이 물씬 든단 말일세.”
“재수 없는 소리 마세요, 선배.”
유호성은 짐짓 코웃음을 쳤다. 물론 자신만만하다는 표시였다. 그래도 일본에서 제일간다는 드라이빙 아카데미 출신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핸들을 굳게 고쳐 잡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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